900 원짜리 마카롱

IMG_7912이왕 7,000 원짜리 간장게장 이야기를 한 김에, 싼 음식을 한 번 더 짚고 넘어가자. 이번엔 900 원짜리 마카롱이다. 가로수길 근처를 지나치다 보고 궁금했지만 일부러 찾아갈 생각은 하지 않던 가운데, 우연히 동네에서 발견해 사먹어 보았다. 5,000 원대 식사 메뉴가 있는 밥집 말고는 별 게 없는 동네의 골목길에조차 이런 가게가 생기는 이 현실은 무엇인가.

물론 마카롱은 간장게장과 다른 맥락에 놓여 있다. 후자가 어쨌든 먹어야 하는 끼니 음식이라면, 이건 안 먹어도 그만인 디저트다. 따라서 관점에 따라서는 가격이 평가의 기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안 먹어도 그만이고 또 먹더라도 한꺼번에 아주 많이 먹을 수는 없는 음식이므로, 모두 따지기 좋아하는 ‘가성비’보다는 차라리 단일 기회/시도에 얻을 수 있는 만족감만을 놓고 보는 것이 더 의미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도 일단 최소한의 기준에 대해서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먹을 수 있는가? 있다. 최소한 껍데기는 그렇게 역하지 않다. 색깔과 맛의 상관관계가 뚜렷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아몬드 맛만은 난다. 하지만 질감 면에서는 별 재미가 없다. 발이 별로 올라오지 않아 납작하다는 데서 알 수 있듯 공기를 빌어오기 위해 머랭을 쓴 의미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겉은 조금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딱딱하고, 내부조직은 거의 없다. 한편 크림/속은 별로 없기도 하지만 차라리 없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참고로 이 매장에서는 깨진 껍데기를 몇 개씩 묶어 ‘마카롱 러스크’라는 이름으로 여덟 개(?) 천 원에 판다. 좋은 발상이지만 마카롱이 총체적으로 멀쩡하다면 껍데기만 먹을 이유가 있겠는가?).

그래서 따져 보면, 이 마카롱은 적어도 스타벅스 류의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파는 1,500원짜리의 경쟁 상대로서는 의미가 있다. 품질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관리가 안 돼 얼었는지 말라 붙었는지 모를 투썸플레이스 같은 곳의 마카롱을 감안하면(여기에도 전화를 걸어 호통을 좀 치시려나???),  가까스로 도 긴 개 긴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카페가 썩 좋을 건 없어도 브랜드 이미지와 공간을 함께 파는 것을 감안한다면, 비슷한 수준이라고 해서 딱히 나을 건 없다. 마카롱만 비교해서 싸기 때문에 이 매장-카페로 일부러 찾아올 가능성은 0에 무한수렴하니까.

그럼 진짜 정색하고 마카롱을 먹겠다는 사람에게는 과연 어떨까? 900원이라면 돈이 아깝지는 않지만, 어쨌든 단맛이 가득한 이 마카롱은 미각의 측면에서 당신의 기회를 확실히 앗아가 버릴 것이다. 말하자면 ‘입맛 버리기’에 정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말. 다시 한 번, 디저트 특히 마카롱이라는 음식의 양 대비 만족감의 관계를 감안한다면(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많아 봐야 두 개. 이후로는 단맛만 뚫고 나온다) 이것은 만족스러운 불만족감을 선사할 것이다. 그래서 가격에 상관없이, 이 마카롱을 스스로 설정하는 것처럼 ‘착하다’고 인정하기란 어렵다.

대개 가격 대 성능비를 말할때 ‘5X 원짜리가 X원 짜리에 비해 다섯 배 만족을 주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걸 ‘정량 비교’라고 일컬을 수 있을지 좀 헛갈리는데, 하여간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않다’라는 답을 끌어내기 위해서 쓴다. 하지만 이런 수준의 마카롱이라면 3,800~4,000원짜리와 비교할때 정확히 그 가격 만큼 만족감이 다르다고 말할 수 있겠다. 마카롱이기 때문에 4,000 원짜리가 900원 짜리에 비해 4.444배의 만족감을 준다는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하면 당연히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다. 이런 음식의 존재 가치는 무엇일까.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까지는 답을 못 내렸다. 마카롱 그 자체만 놓고 보면 답은 뻔하다. 마카롱이라는 건 900원에 성립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존재의 의미를 헤아리기가 어렵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어차피 요즘 사회에서 900원의 만족감이라는 건 거의 0에 가깝다. 30년 전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서 50원에 사먹을 수 있던 ‘라면땅’ 정도의 만족감을 2015년 같은 연령대에게 이 마카롱이 줄 수 있다면 그럭저럭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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