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기동] 트라토리아 오늘-공개해선 안 될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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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회기동의 트라토리아 ‘오늘’에서 저녁을 먹었다. 알려진 것처럼 이곳에서는 일요일에만 시간대 별로 한 테이블씩만 받아 테이스팅 코스를 낸다. 여섯 가지 코스에 70,000원. 가격과 평소에 내놓는 음식을 감안할 때, 나는 이 코스가 일종의 연습이라고 생각했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으며, 적어도 한두 측면의 문제는 아주 쉽게 드러날 것으로 보았다는 말이다. 이런 생각으로 갔음에도 불구하고, 코스는 정말 먹기가 어려웠다. 거의 모든 요소에서 총체적으로 문제를 드러냈으니 결론적으로 손님에게 내놓아서는 안 될 연습이었다.

이런 음식을 만날 때마다 ‘bite more than chew’라는 표현이 생각난다. 씹을 수 없을 만큼 물었다는 건 결국 소화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일에 도전했다는 의미다. 한마디로 욕심을 부린다는 말이다. 일단 모든 요리에 너무 많은 요소(component)를 담은 나머지, 그것들을 다 담아 내는 시점에서는 가뜩이나 맞기 어려워 보이는 요리의 최적 상태가 지나 있었다. 닭가슴살과 푸아그라 폴렌타 크로켓에 곁들인 홀그레인 머스터드 홀렌다이즈 소스가 대표적인 예다. 식탁에 나왔을때 이미 표면에 막이 생겨 먹을 수 없는 상태였다. 쇠고기에 곁들인 으깬 감자도 마찬가지.

IMG_7517그럼 그렇게 넘쳐나는 요소들이 맛에는 영향을 미치는 걸까? 그렇지도 않다. 연어 ‘파베’에는 비트즙으로 색을 낸 타피오카 펄이 등장했는데, 이파리와 더불어 호랑가시나무처럼 보이는 시각 및 장식적 요소로서는 기능할지 몰라도 맛-질감에는 엄청나게 부정적이었다. 비트즙은 색만 냈을 뿐 맛에는 아무런 영향도 못 미치는 데다가, 날씨를 감안할 때 느글거리는 온도-즉 상온-으로 낸 연어와 함께 씹는 느낌은 순수하게 불쾌했다. 여기에 부드럽지 않고 버석거리는데다가 질척한 코티지치즈까지 합세하면? 무덥고 습기 많은 날 먹기 유쾌한 음식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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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질감의 문제는 고기 요리에서 정점을 찍었다. 온도도, 소금과 산의 부족(왜 그런 가운데 들기름의 맛은 그렇게 두드러지는 걸까? 한국적 입맛?)도 모두 이 코스 전체의 불쾌함에 똑같이 영향을 미쳤지만, 최악은 질감이었다. 닭가슴살과 소 등심은 분해가 안 되어 저온조리의 질감이 가장 불쾌한 지점에 머물러 있었다. 입에 넣었는데 씹어야 하고, 또한 질감이 생고기의 그것에 가깝다면 그 조리는 실패한 것이다. 완전히 혼자하는 것도 아니고, 셰프에 요리사 둘이 붙은 상태에서 한 테이블 2인에게 내는 음식이 이 정도였다면 그건 애초에 이런 종류의 음식을 소화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적어도 7, 80% 완성된 상태에서 맛을 잡는 등 세부사항을 미세조정하는 것이 목표라면 이러한 연습은 가치가 있고, 또 돈을 내고 먹을 용의도 있다. 이 테이스팅 코스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애초에 할 수 없는 걸 시도했으니 완성도가 너무 낮고, 따라서 공짜로라도 손님에게 내놓아서는 안될 것이다. 그것도 한두 요소의 문제나 인간적인 실수가 아닌, 기본적인 기술이나 맛에 대한 이해 부족이 문제였다. 종종 인터넷에 흘러다니는 이곳의 평일 음식 사진에서, 나는 두드러지는 투박함의 존재를 감지했다. 재료의 손질부터 조리까지, 각 단계에서 사소한 요소들이 한두 개씩 쌓여 최종 완성된 음식에 눈엣가시처럼 두드러지는 투박함 말이다. 그래서 이 코스가 실험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 이런 수준의 음식을 공개해야만 하는 걸까? 진지하게 환불을 요청하고 싶을 정도다.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대체 이런 음식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손님도 아닌, 셰프 본인을 위한 음식을 내가 왜 한 달 전에 예약해서 내 돈 줘가면서 먹어야 하는가? 왜 굳이 트라토리아의 형식 아래에서 이런 욕심을 부리는가? 왜 완성되지 않은 욕심의 부산물을 손님에게 돈 받고 파는가? 음식과 똑같이 기본도 갖추지 못한 서비스는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고도, 나는 어제 먹은 어느 음식에서도 이 코스가 손님을 위한 것이라는 당위성을 전혀 찾지 못했다. 사회가 웃기게 돌아가서 진정성 타령을 모두가 밥 먹듯 하는데, 마음이 중요하지만 마음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이 음식에 마음이 없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도 마음만 있었을 것이다(물론 손님을 향한 것이 아니었으리라). 하지만 음식은 마음이 완성하지 않는다. 지식과 기술이 완성한다. 마음이 지식과 기술을 쌓는데 원동력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그 실행의 성공을 담보해주지 않는다.

6 Comments

  • jo says:

    서비스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생략하셔서…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네요.

    • bluexmas says:

      -코키지(5,000원-너무 적은 금액이라 더 받아야 된다고 말했습니다)를 받는데 와인을 마셔도 얼음 바스켓 같은 걸 안 가져다 줍니다.
      -말을 하니 한참을 걸려 가져다 주는데 얼음만 있고 물은 없습니다.
      -이전 시간대의 손님이 먹고 나간 테이블을 제가 거의 다 먹을 때까지 치우지 않습니다.
      -그 손님이 잔을 깼는데 그걸 쓸어 한 구석에 몰아놓기만 하고 제가 나갈 때까지 버리지 않습니다.
      -서버가 없고 요리사 가운데 한 명이 음식을 나르는데 굉장히 수동적입니다.
      -계산하고 나가는데 셰프가 ‘저희가 서비스가 별로 안 좋아서’라고 말합니다.

    • jo says:

      1~4번 다 지적받아 마땅한 내용인데…
      (5,6번은 상황이나 어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제가 그 자리에 없었으니까 논외로~)
      본문 중에 지적하지 않은 이유가 있으신가요?

      예전 이글루스 브로그 시절에서는 음식 못지않게 서비스도 꽤 중요하게 보신 것 같은데,
      언젠가부터 거의 언급을 안 하시는 것 같아서요.
      설마…그동안 갔던 곳의 서비스가 완벽해서… 인가요?

  • 기술이 받혀주어야 본인의 표현 영역도 넓어지는 법이지요…머리 속의 설계를 온전히 현실화 시킬 능력이 어디까지인가를 가늠하는 것도 일종의 능력인 거 같습니다.

  • dj says:

    우연히 와서 시간 가는것도 잊고 재밌게 글 읽고 갑니다. 와. 재미있었어요! I’d say… I will name those abandoned satellites one by one and even draw some sheep faces and stick them on their silver bodies. . That’s cuz I like drawing and coloring, but I guess you could write a short story about each satellite. Funny, cute, daring… imagine how much more fun you’d h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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