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동] 강서면옥-‘deal breaker’ 단맛
요즘 화제인 한식의 단맛. 존재한다. 또한 완전히 비정상이라고 할 수도 없다. 관건은 맥락이다. 어디에, 또 왜 존재하는가. 그걸 헤아리는데, 좌우지간 평양냉면에서 만나는 단맛은 그리 반갑지 않다. 어울리지도 않는데, 특히 메밀면에 거슬린다. 그래서 강서면옥의 냉면에는 좀 놀랐다. 이런 표현이 좀 그렇지만, 너무 깔끔하게 나와서 단맛이 존재하지 않을 거라 예상했다. 그런데 꽤 달았다. 을밀대보다 달았던 듯. 영어 표현을 쓰자면 ‘ deal breaker’ 역할을 하는 단맛이었다. 조리가 좀 시원찮거나 했다면 차라리 나았을듯. 면도 각이 살아 있고, 육수 또한 온도는 물론 나머지 맛도 좋았는데 그 최선의 상태에 단맛이 이 정도로 끼어 있다면 뭔가 이해는 좀 안 간다.
역시 아름다운 계란. 한국 냉면의 불치병.
사실 진짜 ‘웃긴다’고 생각했던 건 제육무침. 저렇게 내서 불고기인줄 알았는데 ‘무침’이란다. 그래서 그런지 불고기보다 못하다. 고기는 나름 괜찮다. 메뉴에서 말하는 것처럼 삼겹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다릿살 같았다), 고소하고 맛있었다. 그 자체로도 멀쩡한데 거기에 양념이 폭격을 퍼붓는다. 사실 그 양념 자체로도 괜찮다(물론 애초에 이렇게 양념을 쓸 필요 자체도 없기는 하지만. 마이야르 반응이라고 들어보셨나?). 그냥 전형적인 (초)고추장 양념이다. 적당히 달고 또 맵다. 진짜 문제는 무차별적으로 쏟아 부은 파와 양파. 나름 곱게 썰고 채쳤다만, 진짜 너무 많다. 특히 생으로 먹기 나쁜 파의 파란 윗동 부분. 질기고 미끈거린다. 비단 여기에만 이러겠는가. 고추장 양념+파, 양파, 쪽파 등을 생으로 무치는 조합은 흔하고 또 그만큼 맛도 없다. 독한 고추장 양념을 더 독하게 만들 뿐. 여기 냉면에 썬 파 등등을 하나도 넣지 않는 걸 감안하면 이 부조화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만두. 무난한 가운데 약간 더 분식집의 들척지근함이 치고 올라오는 가운데, 굵게 다져 찌는 열에 간접조리된 양파의 소극적인 맛. 손이 많이 가고, 또 그래본 적 없으니 볶으면 좋을 거라 생각 안하겠지만…
한편 반찬 가운데 시금치 발사믹 식초 샐러드가 있었다. 그래봐야 시금치에 발사믹 식초, 봉지째 사온 썬 아몬드를 붓는 정도. 음식과 어울리지 않는 것도 그렇지만, 반찬의 허섭함이 서양식을 번역한 결과를 보는 것 같아 재미있었다. 시도는 좋지만 대안은 아니다.
질문이 있습니다. 강서면옥에 나오는 저 돼지고기 어쩌구는 불에 구운 것인가요, 아니면 조물조물 양념만 한건가요? 전자면 불고기 맞고, 후자면 무침인것 같은데요!
얼핏 보기에 전자처럼 생겼는데 사실은 후자라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