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월길] 레 호이-국물음식의 가격과 맛 외삽하기
지난 금요일에 사람 만날 일이 있었는데, 그가 여기로 가자고 제안했다. 생각 안하고 무조건 OK다. 뭐니뭐니해도 난, 내가 먹고 마실 장소를 정하지 않는 모임이나 그걸 주최하는 사람이 가장 좋다. 어떻게 먹었느냐 물어보지 않으면 더더욱 좋다. 나는 사람과 음식을 분리하고, 전자가 위주라면 후자는 신경쓰지 않기 때문. 그러나 정반대의 이유에서 사람들은 나에게 잘 제안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아주 일상적인 뜨거운 국물 음식으로 범위를 넓혀도 마찬가지다. 일단 가격의 문제. 국 또는 탕류의 음식이 6-7,000원인 건 정당할까? 고기로 국물을 내는 목적이 ‘없는데서 쥐어짜 최대한 고르게 나눠 먹기’인 시대를 벗어 났다면, 즉 맛으로 국물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시대가 왔다면 가격과 그에 딸린 기대를 총체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더 이상 멀건 국물에 밥 말아 퍽퍽 퍼먹는 시대여야 할 이유가 없다면 물에 삶은 고기의 맛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맛에 대한 재고도 당연히 필요하다. 우리의 국물은 덩어리 고기나 뼈 마늘, 파 등의 향신채를 한꺼번에 넣고 팔팔 끓여 만든다. 각 단계를 전부 재검토해봐야 한다. 덩어리 고기를 끓여서 국물과 함께 먹는 게 효율적인가? 국물을 내는데도 한참 걸리고, 그 단계에서 고기는 이미 물에 맛을 다 줘버린 상태다. 표면적이 줄어들 수록 육수 추출 시간이 줄어드니 자투리 고기를 잘게 썰거나 갈아 국물을 내고, 그 국물에 맛을 위해 먹을 고기를 따로 삶아 준비할 수도 있다. 다음은 온도. 팔팔 끓이면 온도에 의해 물리적인 대류가 일어나니 국물이 탁해진다. 우리는 탁한 국물을 선호하는가? 아니라면 굳이 이런 방식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그렇게 끓여대지 않아도 맛은 얼마든지 뽑아낼 수 있다. 또한 이는 재료의 크기와 맞물린다. 마지막은 맛. 자체만 놓고 보면 ‘담백’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거기에 (신)김치를 곁들여 먹는다는 것까지 감안한다. 국물의 기름짐-밋밋함을 덜어내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데, 그건 우리가 익숙하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언제나 굉장히 거칠고 세다. 마늘, 생강, 파 등 향채는 생것이라, 또 고추가루는 말려 매운맛을 극대화한 것이라 그렇다. 김치-반찬까지 감안한 전체 맛의 경험을 좀 더 세심하게 조정할 수는 없을까? 오디오의 이퀄라이저를 조절하듯 각 맛의 ‘파라미터’를 들여다봐야 한다. 그 방법을 문자 그대로 도입하지 않더라도, 포의 국물은 참고할만한 방법론을 보여준다. 역사만 생각하더라도 짐작하기 어렵지 않듯, 베트남의 음식 문화는 프랑스의 영향을 받았다. 포의 맑지만 향신료 가득한 국물을 마시면 콩소메가 생각난다. 국물 자체는 맑지만 직화에 그을린 양파와 생강, 팔각이나 계피 등의 향신료를 쓴다. 그래서 맑은 국물 밑으로 다양한 표정을 읽을 수 있다(물론 이렇지 않은, ‘거세’된 국물을 많이 만나지만. 아니면 한방 재료를 썼다는, 다소 역한 국물도). 한편 서양에서는 닭뼈나 소(송아지) 뼈를 오븐에 구워 맛을 끌어낸 다음 국물을 낸다. 이들과 한식 국물을 비교해보자. 모든 재료를 물에 간접 가열해서 끌어내는 맛이 최선일까? 아주 맑지도, 또 맛이 또렷하지도 않아 김치 없이는 넘길 수 없는 국물을 계속 먹어야 할까?
종종 가는 음식점인데 반갑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