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길]소나-실력과 의도 사이

IMG_6312

[가로수길] 소나(SONA)-디저트의 온도 및 밀도 세부 조정

아주 오랜만의 방문이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그렇다. 콘셉트도 실력도 있다. 그래서 좋은 디저트를 낸다. 하지만 그 둘이 정확하게 만난다는 생각이 드는 건 아직 못 먹어보았고, 앞으로도 못 먹어볼 거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 둘이 어느 정도 의도적으로 분산되어 있기 때문이다. 플레이팅 디저트를 들여다 보면 콘셉트에 충실한 복잡함과 복잡함을 위한 복잡함이 공존한다. 그 둘을 한데 모아 콘셉트에 따라 조금 정돈해주면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러기엔 또 나름대로 복잡한 프티 푸르가 에너지를 가져간다. 비단 축소판일 뿐만 아니라 나름의 맛-파리 브레스트의 블루 치즈 페이스트리 크림이랄지-도 지니고 있지만 가짓수도 복잡함도 만만치 않다. 달리 말해 서로 다른 두 가게의 특징이 될만한 걸 한 가게에서 내고 있기 때문에 지금도 나쁘지 않지만 더 좋아질 수 있을 만큼 투자를 못한다는 생각. 하지만 그것이 바로 이 의도고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때로 정확하게 맛과 일치하지 않더라도 의도적인 복잡함이 호소력을 지닐 수 있으므로.

그리고 나머지.

IMG_6310 (1)

1. 맨 처음 나오는 베이컨 아이스크림과 토마토는 두 재료의 맛 모두 나지 않았다. 아이스크림은 매끄럽고 부드러웠지만 베이컨의 특징적인 세 가지 맛-짭짤함, 훈연향, 돼지고기맛-이 거의 나지 않았다. 한편 콩카세(데쳐 껍질 벗겨 깍둑썰기)한 토마토는 우리나라에서 아주 흔한 재료 자체의 한계 때문에 별 맛이 없었다. 아이스크림의 매끈함을 감안한다면 생토마토보다 차라리 단맛 강한 이탈리아 토마토 통조림을 끓인 소스 같은 걸 깔아주는 편이 더 좋겠다. 가짜 말고 진짜 발사믹 식초를 조금 더해준다면 베이컨 아이스크림에서 제대로 베이컨맛이 난다는 전제 아래 짭짤하고 새콤하고 감칠맛나는, 단맛과 짠맛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좀 더 박진감 넘치게 하는 디저트가 될 수 있을듯. 아, 그리고 가는 머랭 막대기는 불필요한 장식이다. 이 또한 의도적인 복잡함의 요소.

IMG_6316

2. 설탕 구슬 속에 거품을 넣고 바닥에는 생딸기를 깔았다. 깨부숴서 딸기 소스를 부어 먹는 디저트. 아이스크림과 마찬가지로 생과일의 질감이 썩 잘 어울리는 것 같지 않은데, 아예 딸기 가루 등을 더한 솜사탕 같은 걸 깔아주면 더 환상적인 분위기가 나지 않을까. 하지만 이대로도 좋았다. 이런 디저트도 더 많이 먹을 수 있어야 한다. 못생긴 조각 케이크 같은 것 말고.

IMG_6317

3. 해체라면 해체라고 말할 수 있는 밀푀유. 나름 보기도 좋지만 이미 부숴 냈으니 보통 밀푀유보다 먹기도 편하다. 맨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어느 순간에 이르면 럼 레이즌, 유자 껍질, 각종 젤, 소르베, 올리브 기름 가루 등등의 많은 요소 가운데 어떤 게 정확히 콘셉에 따른 맛을 내기 위한 것인지, 또 어떤 게 의도적인 복잡함을 불어 넣기 위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그러나 차라리 그것 자체가 계산이라면 불만은 없다. 의도도 없고 실현할 기술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나.

IMG_6318

4. 프티 푸르에는 또 나름의 즐거움이 있다. 하지만 마카롱은 없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축소판으로 만들겠다는 전체 콘셉트에 일단 맞지도 않을 뿐더러(그럼 더 작게 만들어야?), 다른 것들보다 더 낫지도 않고 어디에서나 먹을 수 있다. 이날 먹은 디저트 가운데 가장 이곳의 맛을 제대로 낸다고 생각했던 게 당근 케이크. 케이크의 향신료 풍성하고, 적극적으로 달고 프로스팅은 새콤하다. 한국에서 당근 케이크가 비슷한 콘셉트의 무 시루떡보다 못한 현실을 감안하면 훌륭하다.

IMG_6308

5. 커피. 뜨겁다. 식으니 차라리 맛이 좋던데 온도가 가린다.

2 Comments

  • Guerre says:

    사진만 봐서는 말씀 하신 대로 좋은 집 같습니다만, 어디서 많이 본 비주얼이 많네요. 특히 두 번째의 구체화 기법의 설탕 사과는 엘 세예 데 칸 로카에서 디저트나 스프 같은 거에 나오는 것을 그냥 베낀 듯 합니다. 디저트 쪽으로 나올 때의 프리젠테이션도 비슷하구요. 아마도 말씀 하신 맥락 없는 복잡함이란 이미 있는 요리를 갖고 온 과정에서 다 이 가게의 것으로 소화되지 않은 부분이 남아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이런 걸 만든다는 자체가 정보를 열심히 찾고 실력은 있다는 방증이긴 하니 정말로 창의적이고 맥락 있는 음식을 만드는 가게로 발전 했으면 하네요.

    • bluexmas says:

      네, 저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스타일을 소화할 기술은 갖추었는데 그게 컨셉트와 겉돌죠. 더 나아질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