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의 흡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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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전부터 한 번 정리해보려 했는데, 여태껏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가 얼마전, 경리단길의 새로 생긴 페이스트리 위주 카페에 갔다가 셰프가 가게 앞에서 담배 피우는 걸 보았다. 그 광경을 보고, 그곳의 음식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한 번 짚고 넘어가야 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게다가 담배값도 오르지 않았는가.

거두절미하고 가장 중요한 문제부터 따져보자. 요식업 종사자는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 하는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대개 주방은 좁고 스트레스 가득한 공간이다. 한두 시간에 한 가치 피우는 담배가 스트레스를 덜어줄 수만 있다면(그 이후의 더 큰 부작용은 일단 논외로), 그것까지 못하게 막을 수는 없다. 그리고 나는 기본적으로 ‘안물안궁’의입장을 취한다. 크게 보아 사생활의 일부라고 생각하므로 궁금하지 않다. 음식만 맛있게 만들면 약을 빨든 새누리당을 지지하든 솔직히 내가 알게 뭔가. 대세에 지장없다.

그리고 담배 피우는 조리사들이 많는 것도 안다. 세계적인 셰프 가운데도 흡연자 많다. 마리오 바탈리의 흡연 이야기는 책에도 나오고, 토마스 켈러도 담배를 피우는 걸로 알고 있다. 셰프 수준의 요리 솜씨를 지닌 전문 저자 마이클 룰먼도 흡연자다(먼 옛날 이야기지만, 책 내고 동네에 사인 및 시연회를 하러 왔을 때도 책에 사인해주면서 ‘나 담배 한 대 피우고 저기 시연회장에서 만나’라고 이야기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흡연이 혀와 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는 연구 결과는 분명히 존재한다. 한마디로 둘 다 무뎌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그럼 맛을 내는데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피우지 말아야 한다’라는 결론을 바로 내릴 수 있는 거 아니다. 요리사의 맛 내기 메카니즘이 정확하게 모든 맛을 감각기관을 통해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숙련된 요리사는 반복을 통해 체득한 움직임을 통해 음식 맛의 일관성을 지킨다. 스시 장인이 늘 같은 갯수의 밥알을 쥐는 것 또한 여기 속한다. 매번 쥐는 밥이 같은 개수의 밥알로 이루어져 있는지 해체해 세어본다거나, 그도 아니라면 무게가 같은지 달아볼 수 있을까? 능률이 떨어져서 그럴 수 없다. 숙련된 바리스타가 에스프레소 추출을 위해 포르타필터에 담는 콩의 무게도 탬핑을 하는 세기도 마찬가지다. 반복숙달을 통해 일관성을 유지한다. 요리사도 마찬가지다. 숙련을 통해 무의식적인 과정으로 조리를 하고 또한 자기가 만든 음식의 완성도를 점검한다. 매 접시마다 소금 미량의 정확성을 맛을 보아야만 확신할 수 밖에 없다면, 자격을 따지기 이전에 본인이 힘들어서라도 요리를 할 수가 없다. 대가들은 이런 방식의 메카니즘을 갖췄을 것이고, 담배 정도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문제는, 우리 모두는 대부분 토마스 켈러나 마리오 바탈리가 아니라는 점. 당신이 뭘 하든 조금 더 잘 하는데 만약 금연이 영향을 미친다면 행동에 옮길 수 있을까? 그건 생각해봐야 한다. 누구보다 자신을 위해서다. 예를 들어 그랜트 아케츠는 설암에 걸려 혀를 잘라내야만 한다는 선고를 받았지만, ‘요리사이므로 그러느니 죽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실험적인 항암요법을 통해 치료를 받았다. 그래서 맛을 전혀 보지 못하는 가운데 머리로만 메뉴를 짜는 이야기가 자서전에 등장한다. 그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머리로만 메뉴를 짜네 마네 하면 담배든 뭐든 피워도 아무 상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로 고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영역에 속하지 않는다. 나도 마찬가지다. 흡연이 스트레스를 단기적으로 줄여줄지언정 장기적으로  ‘performance’의 저하를 불러 일으킨다면 금연을 고려는 해보아야 한다.

그리고 맛내기가 혀와 코의 문제에 국한된다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분명 조리하는 사람이 눈 바로 앞에서 담배 피우는 상황을 달갑게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므로 담배를 피우든 말든 알바 아니지만, 적어도 손님 오는 바로 앞에서 피우는 건 부정적이다. 담배를 피운 손가락이 사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자료는 나오지 않아서, 식재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내가 헤아릴 수 없다. 하지만 그에 상관없이 담배 피운 손으로 식재료나 음식을 만지는 게 비위생적이라는 인상을 줄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만약 담배를 피워서 요리의 스트레스를 풀 수 있고, 그래서 더 좋은 음식을 만들 수 있다면 그걸 누가 말리겠는가. 난 아마 더 많이 피우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 범인의 차원에선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설사 영향이 전혀 없더라도 부정적인 인식을 줄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부류는 설득이 안된다. 아무도 누구에게 담배를 끊으라고 말할 수 없지만, 그런 측면을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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