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가슴살 완전 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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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쓰고 나니 다소 선정적인 느낌을 준다-_-;;; 하지만 사실이다. 닭가슴살은 정복이 필요한 식재료다. 기본적으로도 맛이 별로 없는 데다가 지방이 없으니 잘 익히기가 너무 어렵다. 물론 최적의 조리 구간이 존재는 하지만, 이런 특성으로 인해 거의 점과 가까운 수준으로 존재한다. 그 지점을 넘으면 역겨울 정도로 질겨진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그 점을 살려 조리한 걸 먹어본 경우가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걸 조리사의 잘못이라기보다 재료의 결함이라고 생각한다. 늘 써먹는 말 가운데 ‘요리사의 솜씨는 계란으로 알 수 있다. 계란을 줘봐라(마르코 피에르 화이트인지 고든 램지인지 헛갈린다. 아마도 전자일듯)’가 있는데, 이제 시대가 낳은 수요라는 걸 생각해볼때 계란을 닭가슴살로 대체할 수 있을 것 같다. 올해는 내내 닭가슴살과 고구마로 점심을 먹느라 여러 가지 방법으로 조리해왔다(물론 이는 토할 때까지 여러 상표의 닭가슴살을 먹은 뒤 선택한 고육지책이다).주로 써먹었던 방법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1. 삶기

팔팔 끓는 물에 삶기(boil)가 아닌, 은근히 끓는 물에 삶기(poach)다. 닭가슴살을 냄비에 담고 설탕, 소금, 간장 등에 물을 섞은 염지액을 만들어 30분~1시간 정도 담가둔다.  그리고 약한 불로 물의 온도를 섭씨 80도까지 올려준다. 불을 끄고 그대로 20분 정도 두어 닭가슴살의 내부 온도를 65도까지 올린다. 이상적인 조리법이지만 조금만 신경 안 쓰면 물이 끓어버리므로 점을 놓치기가 쉽다. 간장과 설탕으로 맛을 들이는지라, 파는 훈제 닭가슴살에서 역겨운 훈제향을 빼놓은 것과 맛이 비슷하다. 난이도: 중.

2. 다져서 볶기

중국식 조리법을 응용한 것. 닭가슴살을 깍둑썰기해 30분 정도 냉동실에 두었다가 푸드프로세서로 간다. 여기에 물녹말, 간장, 소금, 후추 등등으로 양념해 프라이팬에 볶는다. 단백질에 전분의 막을 입혀 과조리를 막는 방식. 손은 많이 가지 않지만 설거지가 많이 나온다. 난이도: 상(귀찮으므로)

3. 굽기

직화 또는 팬에 올려  닭가슴살을 끝까지 굽는 건 그다지 현명하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일단 겉만 직화로 익힌 다음 오븐에 넣어 속을 익히는 편이 과조리 방지에는 더 효과적이다. 일단 오븐을 175도로 예열한다. 팬(논스틱도, 스테인리스도 쓸 수 있다)에 기름을 둘러 중불에 올린 다음, 기름이 흐를 정도가 되면 겉의 물기를 종이 행주로 닦아낸 닭가슴살을 올린다. 소금과 후추로 간하고, 두어번 뒤집어가며 구운 다음 겉에서 생 닭가슴살의 분홍색이 사라지면 오븐에 넣는다. 닭가슴살 무게에 따라 5~7분 정도 굽는다. 목표 온도는 역시 65도. 오븐이 없다면 팬에 뚜껑을 덮고, 가장 약한 불에서 익힌다. 접시에 담아 은박지로 덮어 5~10분 정도 두었다가 먹는다. 난이도 중. 별 다른 조리기구 없이 집에서 써먹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조립법이다(오븐이 없으면 팬 뚜껑을 덮어 익히면 되므로). 다만 어느 경우라도 온도계는 갖춰야 한다.

3-1. 수평으로 반 갈라 굽기(butterfly)

두꺼운데다가 그 두께가 일정하지도 않으므로, 수평으로 반을 갈라 익히면 좀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익힐 수 있다. 이 경우 오븐이나 뚜껑 덮고 굽기는 필요 없지만, 얇아진 두께 만큼 과조리 가능성은 조금 더 커진다. 한편 ‘butterfly’ 자체도 아주 약간의 숙련도가 필요하다. 영상 참조.

 

4. 저온조리

굳이 닭가슴살을 위해 베풀 이유가 없는 조리법이라 생각한다. 물론 결과물은 부드럽겠으나, 그를 위해 진공포장 등등을 굳이 할 이유는 없다. 이것은 그냥 닭가슴살, 그에 맞는 조리법이면 족하다.

*사족: 닭가슴살 내부의 안전 온도는 미국 식약청(왜 이걸 굳이 따라야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국내 정보를 찾기 어렵다)에 의하면 섭씨 75도다. 70도까지 올라가도록 익힌 다음 남은 열로 5도를 올린다는 계산. 다만 이는 완전한 안전을 위한 온도이므로 위에서 말한 ‘점’을 지나친다. 그래서 많은 경우 65도까지 조리한 다음 70도까지 올리는 걸 선호한다. 이는 물론 개인의 선택. 부드러움이 떨어지는 대신 100% 이상 안전한 닭가슴살을 먹는게 좋다면 70도 이상으로 올라갈때까지 익히고, 아니라면 65도에서 조리를 끝내도 된다. 조리해보면 그 5도에 따라 차이가 꽤 크다.

2 Comments

  • renaine says:

    얼마 전에 닭가슴살 카르파치오(w/sauce ravigote)를 먹어 봤는데 닭고기도 생으로 먹을 수 있다는 걸 생전 처음 알았네요 D: 쇠고기도 생으로 먹는데 닭이 안 될 이유는 없겠지만 확실히 낯설긴 했어요.
    재료가 신선하고 믿을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먹어본 중 제일 괜찮은 조리법 같아요.

    • bluexmas says:

      우리나라에서도 닭 육회를 먹기는 합니다. 닭은 날로 먹는데 위험 부담이 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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