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리브레-시행착오와 역행의 신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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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한남동 리브레

연남동의 볶는다는 곳과 카페, 또한 한남동의 카페에 가보았다. 에어로프레스와 에스프레소 추출 위주로 마셔보았다. 브라질, 코스타리카 등 서너 종류의 콩을 사다가 드립으로 또 에어로프레스로 내려보았다. 확실하다. 리브레 커피의 신맛은 바람직한 신맛이 아니다. 혹자는 ‘품종 때문이 아닌가’라고 반문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 되려 그 특유의 신맛이 종의 특성을 억누르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는 신맛의 발현 시점 및 강도와도 관련이 있다. 달리 말해 감각적으로도 알 수 있다는 것. 이상적인 신맛에 비해 빨리 등장하고 강하며 오래 간다. 굳이 시각화하자면 이렇다.IMG_2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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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ykjavík Roasters / Kaffismiðja Íslands

이 신맛은 ‘tart’해서 ‘lively’ 또는 ‘snappy’하지 않고 ‘sour’ 또는 ‘acidic’하며 ‘astringent’하다. 한마디로 떫은 맛이 끝에 남는 신맛, 불편하고 속이 쓰려지는 신맛이다. 원인을 나는 덜 볶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2년쯤 전인가, 연남동에서 에어로프레스로 뽑은 커피를 마시며 나는 물었다. 굳이 에어로프레스를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직원은 ‘콩이 볶은지 얼마 안 되어서요’라고 대답했고, 나는 ‘그래서 풀냄새가 나는 건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른 커피도 그런 걸 보면 이건 굳이 볶기와 추출 시점 사이의 문제가 아니다. ‘외식의 품격’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나는 커피 신맛의 옹호자다. 커피에는 원래 신맛이 존재한다. 하지만 모든 신맛이 다 똑같은 건 아니다. 요즘 약하게 볶는 커피가 유행인데, 균형이 맞는 중간지점을 찾아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런 느낌의 커피를 마지막으로 마신 건 2년 전 아이슬란드 였을 거다. 거기에서 내주는 커피도 떫은 맛의 꼬리가 남는 신맛이 났고, 가져온 콩을 집과 어딘가에서 내려 마셨을 때도 떫은 맛이 가시지 않았다. 나는 커피의 이런 맛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고 보며, 따라서 마치 ‘요즘 잘 볶은 커피의 본보기’로 보는 시각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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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ykjavík Roasters / Kaffismiðja Íslands

특히나 커피에서는 맛 만큼 중요한 분위기에 대해서 짚고 넘어 가야 되겠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연남동의 볶는 곳과 카페, 한남동의 카페에 적어도 한 번씩은 들러보았는데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구석이 일관적으로 존재했다. 연남동 카페에서 나는 커피를 사며, 이 커피를 잘 마시기 위한 조건, 즉 물의 온도나 커피 대 물의 비율 같은 것이 있느냐고 물었다. 남자 직원은 ‘뭐 그런 걸 다 묻느냐’라는 태도로 ‘바리스타마다 다른 레시피를 쓰므로 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물론 말도 안된다. 레스토랑의 예를 들어보자. 일관성이 목표이므로 셰프가 없을 때에도 다른 요리사들이 똑같은 맛을 내어야만 한다. 커피는 다른가? 그것이 리브레의 커피라면 손님에게 내는 각 커피콩, 커피, 배리에이션 음료 등이 업장에서 정해놓은 표준 맛의 범위 안에 들어야만 한다. 종과 상관없이 떫은 맛이 꼬리에 남는 신맛은 일관적으로 존재하는데, 어찌 한 가게에서 존재하는 맛을 내기 위한 표준 추출법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 어떤 조직인지 모르겠지만 ‘리더십’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연구해 최적의 조건을 뽑아내고 교육을 통해 그 맛의 표정과 완성도를 유지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게다가 커피에서도 추출 등에 대해 로스터리마다 각각의 노하우를 갖추고, 또 그걸 손님에게 공개도 한다. 물론 엄청난 것도 아니고, 위에서 말한 것처럼 분쇄하는 콩의 입자 크기, 물 대 콩의 비율과 시간 대비 추출 중량 등이 전부다. 또한 물어보면 이 글에 올려놓은 것처럼 직접 알려주기도 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 진정 콩마다 조금씩 추출 방법이 다르다고 한다면 생산하는 입장에서는 자신이 신경써서 볶은 커피를 손님이 최대한 잘 마셔줬으면 하는 마음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200g에 15,000원 넘게 주고 콩을 사봐야 채 열 잔 남짓 내려 마실 수 있는데, 시간과 함께 맛이 사라져 가는 가운데 맞는 추출 조건까지 찾아서 맛을 허비해야 하겠는가? 그럴 수 없다. 한남동의 매장에서도 콩을 사며 같은 질문을 했는데 조금 낮은 온도, 그러니까 90~95도 사이에서 내리라는 답만 들었다. 이걸 알려주는 게 업장의 비밀이라도 누설하는 것이라 꺼리는지, 아니면 연구를 안해서 아예 모르거나 교육이 안 되어 있는 건지 알고 싶다.

요즘 괜찮은 커피를 조금씩 찾고 있다. 하지만 ‘신맛(또는 산미- 그 둘이 업계에서 달리 분류되는 이유도 나는 알 수 없다. sour와 tart를 그런 식으로 분류하는 건가?)이 살아 있다’라고 말하는 커피가 리브레의 것 같은 경우가 많다. 인류가 대체 커피를 언제부터 마셨는가. 역사는 16~17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럼 지난 몇 백년 동안 발달한 문화적 자산의 의미는 무엇인가. 수 많은 가공방법이며 추출법은 왜 존재하는가. 불을 쓰게 된 인간 조리사의 큰 그림을 보라. 자연을 극복해서 더 맛있고 편하게 음식을 먹기 위함이다. 커피라고 예외겠는가? 왜 서로 다른 그라인더가, 추출기가, 가공법이 존재하겠는가. 왜 사람들은 동결건조커피의 산을 넘어 원두 커피를, 또 개인 로스터리 카페를 찾는가. 이 정도로 마시는 이를 불편하게 하는 신맛에는 분명히 시행착오와 그로 인한 역행의 흔적이 감돈다.

9 Comments

  • s says:

    예전에 한남오거리 아파시아나또라는 카페가 참 좋았더랬죠. 단국대 없어지기 전이던가..

  • weekendradio says:

    리브레에서 무료로 하는 커핑에 두번정도 참여해본 적이 있는데, 그때 바리스타가 말하기를 “신맛은 커피에서 대들보를 담당해서 신맛이 강할 수록 맛이 풍부해진다”라는 하더군요. 그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바가 있기는 했지만 저에겐 좀 과하다는 생각을 했고, 다른 곳의 커피들을 마셔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글에서 사용하신 그래프를 보니 제가 느꼈던 부분이 이런것이 었구나 싶네요.

    • bluexmas says:

      과연 신맛이 강해지면 다른 맛이 풍부해질까요. 전 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그건 아마도 덜 볶아서 섬세한 맛이 안 죽었지만 신맛은 살아 있다는 의미는 아닐런지요. 게다가 리브레의 신맛은 다른 맛을 압도하고 있고요.

      • Real_Blue says:

        설명이 좀 정확하지 못했던거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신맛이 강할수록 맛이 풍부하다는

        생두의 특성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1. 신맛이 강한 생두는 보통 고지대의 우수한 품종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생두는 맛의 복잡성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신맛이 강한 생두가 맛의 다양성을

        가져온다.

        2, 약하게 볶은 원두는 다양한 맛이 최대한 살아 있기 때문에 맛의 다양성이 있죠 그런데 이러한

        원두는 신맛이 강하게 표출되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한것 아닐까요?

        어느 경우 역시 3단 논법의 오류이긴 합니다만…

        저 역시 지나치게 약하게 볶아 떨고 풀맛이 나는 원두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너무 신맛이 강한 커피가 좋은 커피다 같은 요즘 기류는 못마땅한 부분이 있네요…

        • bluexmas says:

          저도 생각 계속 해봤는데 그냥 일종의 순환논리의 오류라 생각합니다. 잘 볶은 커피는 어느 지점에서도 나름의 균형을 지니고, 그것이 커피의 매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생산자만이 이해할 수 있는 논리의 존재 유무를 떠나 직관적으로 맛이 없다면 그것도 문제니까요. 덜 볶아서 좋은 커피, 많이 볶아서 나쁜 커피일 수가 없죠.

  • mimnesko says:

    비슷한 느낌을 가져본 적 있습니다. 기분 좋은 신맛으로 상큼하게 인상을 남겼던 커피가 있는가 하면 하루 종일 배앓이를 해야했던 신맛의 커피도 있었습니다. 품종 차이가 크다고 생각했었는데, 미숙한 로스터링도 그 이유가 될 수 있겠네요. 좋은 글 감사해요.

    • bluexmas says:

      네 전 품종보다 볶기에 원인이 있다고 봅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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