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월

11월만 되면 ‘작은 아씨들’의 구절이 기억난다고 말하는데 좀 더 정확하자면 11월에 대한 구절이 있다는 사실은 기억하지만 정확하게 어떤 이야기인지는 이제 기억하지 못한다. 별로 기억나는 게 없는 11월이었다. 절반 정도는 자가 자택 연금 같은 기분으로 집에서 밥을 벌었다. 나머지 시간에는 소파에 누워 있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서 기억나지 않는 게 아니라, 그냥 기억을 할 수 없는 상태라...

11월

10월 24-25일, 팔자에도 없던 이틀 연속 피아노 연주회를 다녀오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예매하던 6월, 나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11월은 드디어 오랫동안 뿌린 씨를 거두는 달일테니 연주회는 일종의 자축연이 될 예정이라고. 그러나 11월은 전혀 그렇게 풀리지 않았고 수확은 유예되었다. 나는 아직도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른다. 그냥 미치지 않기 위해서는 적어도 한두 개의 밸브는 완전히 닫아 놓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