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

자연발효종 무용론-가정과 단과자빵

어젯밤, 오늘 굽는 빵에 써볼까 통밀 자연발효종이 담긴 밀폐용기를 확인했더니… 윗면이 진창처럼 거무죽죽했다. 오오,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주는구나. 귀찮아서 한참 들여다보지 않았더니 눈치가 빠른지 발효종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이었다. 밀폐용기를 싹 씻고 다시는 자연발효종을 키우지 않으리라 마음 먹었다. 애초에 타르틴 베이커리의 빵을 흉내내겠다고 피터 라인하르트의 책을 따라 파인애플즙으로 배양한 자연발효종이었는데, 물 비율이 7,80%의 타르틴 베이커리 빵도...

‘젠틀맨’ 연재 종료와 옛 시절 빵

그렇다, 젠틀맨에 연재했던 ‘미식의 이해’도 2년의 여정을 끝으로 지지난달 마무리했다. 이래저래 공식적으로 확정을 받는데 시간이 좀 걸렸고, 실무자와 연재 종료를 기념하기 위해 조촐한 “직장인 점심 체험 행사(나의 표현을 빌자면)”을 가졌다. 돌아보면 가장 즐겁게 썼을 뿐더러 압박도 전혀 없던, 훌륭한 지면이었다. 물론 2년 동안 모아둔 원고는 이번 말고 그 다음 언젠가의 책을 내는데 뼈대로 쓸 것이다. 그렇게...

빵보다 의식: 비스킷과 바게트

오랜만에 여유를 부린 광복절 사흘 연휴, 한반도를 방문하신 프란치스코 교황 성화의 은총에 힘입어, 의식에 더 가까운 두 가지 빵에 도전했다. 미국 남부의 비스킷과 프랑스의 바게트. 먼저 비스킷부터 따져보자면, 이건 도전한지가 이미 십 년은 족히 되었는데 아직 단 한 번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오죽하면 이런 글까지 썼겠는가. 만들 때마다, 즉 실패할 때마다 트라우마가 커져서 요즘은 별로...

고행으로 얻는 절반의 실패, 크루아상

크루아상에 도전해보았다. 크루아상은 정말 ‘도전’의 대상이다. 얇게 편 버터를 발효 반죽 사이에 넣고 접어 다시 미는 게 손으로는 어렵기도 어렵지만, 그 사이사이 냉장 냉동실을 오르락내리락하는 타이밍을 맞춰주면서 기다리는 것도 만만치 않다. 이것저것 다 합치면 결국 최소 열 시간 이상 계속해서 신경을 써야만 한다. 나같은 잉여의 아마추어가 아니면 시도해 볼 엄두를 내기도 어렵다. 게다가 돈도 꽤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