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볶음탕 무용론

고백하건대 ‘닭도리탕’이라는 음식에 신경을 써 본 적이 없다. 내 가족의 메뉴엔 없는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친가에선 삼계탕/곰탕 이외의 조리 방법으로 닭을 먹은 기억이 없으며, 외가에선 언제나 ‘닭찜’이었다. 간장 바탕으로 맵지 않았으며, 자작한 국물에 큼직하게 깍둑썰기한 당근과 감자가 들어 있었다. 밥상 한 가운데 놓인, 꽃무늬 박힌 하얀 법랑 냄비는 아직도 기억이 난다. 어쨌든, 그런 닭도리탕을 국립국어원에서 ‘닭볶음탕’으로 “순화”시키셨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