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론

닭볶음탕 무용론

고백하건대 ‘닭도리탕’이라는 음식에 신경을 써 본 적이 없다. 내 가족의 메뉴엔 없는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친가에선 삼계탕/곰탕 이외의 조리 방법으로 닭을 먹은 기억이 없으며, 외가에선 언제나 ‘닭찜’이었다. 간장 바탕으로 맵지 않았으며, 자작한 국물에 큼직하게 깍둑썰기한 당근과 감자가 들어 있었다. 밥상 한 가운데 놓인, 꽃무늬 박힌 하얀 법랑 냄비는 아직도 기억이 난다. 어쨌든, 그런 닭도리탕을 국립국어원에서 ‘닭볶음탕’으로 “순화”시키셨다고...

자연발효종 무용론-가정과 단과자빵

어젯밤, 오늘 굽는 빵에 써볼까 통밀 자연발효종이 담긴 밀폐용기를 확인했더니… 윗면이 진창처럼 거무죽죽했다. 오오,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주는구나. 귀찮아서 한참 들여다보지 않았더니 눈치가 빠른지 발효종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이었다. 밀폐용기를 싹 씻고 다시는 자연발효종을 키우지 않으리라 마음 먹었다. 애초에 타르틴 베이커리의 빵을 흉내내겠다고 피터 라인하르트의 책을 따라 파인애플즙으로 배양한 자연발효종이었는데, 물 비율이 7,80%의 타르틴 베이커리 빵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