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장

[신간] 인생의 맛 모모푸쿠

112시간 6분. ‘인생의 맛 모모푸쿠(원제: Eat A Peach)’의 작업에 투입된 시간이다. 나의 1근무일은 4시간이므로 대략 28일만에 모든 작업을 끝낸 셈이다. 똑 떨어지게 400쪽짜리 역서에 들어간 시간치고는 꽤 짧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재미있는 책이었다. 작년의 마지막 작업이었는데 나는 정말이지 물소처럼 일했다. 앞뒤 안 가리고 원서의 활자들을 들이받아 우수수 쓰러트리듯 번역을 했달까? 그렇게 읽는 대로 족족, 쓰러트린...

미식의 이해(20)-음식과 시각매체, 사진(1)

핀란드의 건축가 유하니 팔라스마(Juhani Pallasmaa)의 에세이 <건축과 감각(The Eyes of the Skin)>을 번역본으로 최근 다시 읽었다. 옮긴 제목이 말해주듯 저자는 압도적인 시각 위주의 현대 건축 문화를 비판한다. 건축이 보기 좋은 것만 좇아 공감각적 가치에 소홀하다고 지적한다. ‘저 건물 멋있다’가 찬사로 통하지 않는가. 눈에 담기는 멋은 건축의 극히 일부다. 이는 비단 건축만의 문제가 아니다. 강남 주요 지하철역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