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마자 지는 꽃

길을 걷다가 이름 모르는 꽃을 발견했다. 사실 대부분의 꽃 이름을 모른다. 이름 모르는 꽃을 맞닥뜨리면 조건 반사처럼 그가 생각난다. 그는 거의 모든 꽃과 나무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그는 사랑을 몰랐다. 따라서 자기가 받는 이름 질문이 정말 무엇을 위한 것인지 헤아리지 못했다. 와, 저것 좀 봐요. 이름이 뭐죠? 그는 언제나 권위를 담뿍 담아 대답했지만 몰랐을 것이다....

피와 꽃

왜 피를 뽑으러 가는 날은 대개 궂을까. 그것도 무려 월요일이라니. 금식한 발걸음이 무거울 수 밖에 없었다. 아니, 사실 발걸음이 무거운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나는 이번에야말로 무엇인가 잘못되었다고 믿고 있었다. 말하자면 마음의 준비를 좀 하고 갔다. 선생님이 유난히 모니터를 오래 들여다 본다고 느꼈다. 돌아오는 길엔 비가 꽤 내렸다. 나온 김에 장을 봐서 양손이 무거웠으나 꽃을 꼭 사고...

나를 위한 꽃

지난 토요일이었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느닷없이 꽃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에게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냥 나를 위한 꽃 말이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그런 생각을 한 게 처음이었다. 웃기는 일이군. 이것은 혹시 중년의 뭔가 불길한 정신적 조짐 아니냐. 정말 느닷없었다. 그런데 날씨가 너무 좋았다. 하지만 꽃을 사지는 못했다. 어쩌다 보니 해가 진 뒤 밖에 나갔고, 그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