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2021

삶이 충분히 비참하지 않다면, 닭가슴살 소시지

가끔 큰 토트백을 들고 나가 백화점 지하 매장을 돌며 처음 보는 식료품으로 가득 채워 돌아온다. 그렇게 가져온 것들 가운데 종종 대박이 터지는데, 최근에는 씨제이의 닭가슴살 소시지가 정말 대단했다. 정식 상품명은 ‘부드러운 닭가슴살 소시지’이지만 미안하게도 전혀 부드럽지 않아서 거짓말이라 여기기로 했다. 생각해보라. 닭가슴살 함유량이 무려 84퍼센트인 소시지가 과연 부드러울 수 있을까? 그렇다고 지방을 보충한 것도 아니라서 나머지...

스타벅스의 음식은 왜 이다지도 암울한가

밖에 나갔다가 시간이 떠서 스타벅스에 앉아 몇 시간 일을 했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배가 고파져서 간식과 끼니의 중간 역할을 해줄 무엇인가를 찾았으나 참으로 마땅한 게 없었다. 고민 끝에 사진의 단호박 계란 샌드위치를 골랐는데, 조합 자체도 뭔가 그런듯 아닌 것 같았지만 만듦새가 너무 형편없었다. 곤죽이 된 채소의 수분으로도 촉촉해지지 않는, 골판지 같은 식빵을 씹고 있노라니 인간의...

[망원동] 너랑나랑 호프-맥주가 아쉬울 때

너랑나랑 호프에서 뭔가 먹고 있노라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요릿집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음식이 훌륭한데, 그 훌륭한 음식에 짝을 맞추기에는 맥주가 아쉽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관리를 안 하는 것도 아니라서, 생맥주를 마시면 맑고 깨끗하고 시원하다. 언젠가 과연 국산 맥주가 출발점에서는 어떨까 싶어 공장을 찾아가 먹어본 것과 차이를 느끼기 어려운 신선함을 품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최선을 다하더라도...

추석의 포도

추석 직전에 포도를 한 상자 사놓고는 또 옛날 생각을 했다. 초등학교 4학년때 영세를 받았고 그 이듬해에 벌어진 일이었으므로 1986년의 추석 직전 토요일 오후였다. 아버지가 포도 두 상자를 형제 앞에 내밀고는 쪽지를 건네주었다. 두 사람의 영세 대부 집의 연락처와 주소가 적혀 있었다. 지금부터 집을 나가서 두 집에 연락을 하고 찾아가서 추석 선물인 포도를 전달하고 오라는 것이었다. 심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