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ruary 2021

[국의 한국인(4)] 용문해장국-질기다 질겨

잠이 오지 않는 야심한 밤, 소파에 누워 폰으로 웹서핑을 하다가 또 주문했다. 이번에는 용문해장국. 사실은 하나도 쓸데 없는데 3팩을 사면 뚝배기와 숟가락도 준다고 해서 냉큼 구매했다. 변명하자면 뚝배기가 없기는 없었다. 그리하여 받아든 해장국은… 국물이 밍밍하다거나 채소를 포함한 건더기가 빈약한 것까지는 넘어갈 수 있는데 고기가 안 뜯긴다. 뼈에 붙은 고기가 두어 쪽 들어 있는데 뜯기지 않고, 육식...

온갖 떡의 개인화-부드러움만이 유일한 미래

강서구에서 압구정동을 찍고 다시 일산을 찍은 뒤 돌아왔다. 정신이 하나도 없는 가운데 운전중에 문자를 하나 받았다. 며칠 전에 산 떡의 구매확정 및 리뷰를 써달라는 부탁이었는데, 찾아보니 이미 전자는 했고 후자는 오늘 내로 할 생각이어서 잠깐 당혹스러웠다. 무엇보다 배송 정보 외의 문자를 받아본 적이 없는지라, 이런 처신을 하는 판매자의 내일이 걱정되었다. 무엇보다 떡이 맛있었으므로 황망했다. 이걸로 안된다는...

딸기의 차원

  2000년대 중반, 겨울에 고국을 방문했다가 진열장의 허옇고 뻣뻣한 딸기에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 그리고 15년쯤 지난 오늘날, 딸기라는 과일은 그때와 전혀 다른 차원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제 아무 가게에서나 눈에 띄는 대로 아무 딸기를 집어오더라도 맛이 없어 실망하는 경우는 없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말하자면 완성도가 고르게 높아진 상향 평준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물론 그 과정이...

[조선호텔] 오이소박이-호텔 정문에 김칫국물을 뿌리마

1킬로그램에 26,900원. 고급 김치의 선두격으로 꼽히는 조선호텔 김치를 총력 리뷰해 볼 심산으로 가장 좋아하는 오이소박이부터 손을 댔다가 어이가 없어져 삶의 의욕을 잃었다. 주말 내내 앓아 누워 있다가 월요일 새벽에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국물이 흥건하고 오이 또한 무르기 직전인데 어디에도 간이 하나도 배이지 않은 것으로 보아 절이지 않은 오이에 양념을 버무려 포장을 한 것 같았다. 그 와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