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엄 크래커와 마쉬멜로우-자작 스모어(S’more)
어쩌다가 트위터에서 마쉬멜로우 이야기가 나와서, 생각난 김에 스모어를 만들어 먹었다. 마침 집에 굴러다니는 초콜릿을 처리할 구실도 필요했다. 예전 어느 레스토랑의 디저트로 먹었을때 지적한 것처럼, 스모어 자작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초콜릿까지 만들 필요는 물론 없으니 마쉬멜로우와 그래엄 크래커만 만들면 된다. 둘 다 믿을만한 알튼 브라운의 레시피를 빌었다.
먼저 마쉬멜로우. 잊을만 하면 한 번씩 만들어서 블로그에도 포스팅이 몇 군데 있다. 원리는 간단해서, 끓인 설탕물을 믹서로 휘저어 공기를 불어넣는 한편 그 상태를 젤라틴으로 굳힌다. 사실 판에 한 번에 담아 자르는게 짜내기(piping)을 못하는 아마추어에게는 훨씬 간단한데, 왠지 도전정신에 젖어 시도해보았다. 물론 결과는 신통치 않다. 워낙 끈적거려 다루기가 어려운데다가 균일하게 힘을 줘서 뽑아내기가 어렵다. 물론 하루에 백 번씩 짜보면 나아지겠지만 현실에선 1년에 한 번도 안한다. 하여간 하룻밤 굳혀서는 가위로 자르면 된다.
자기 무게에 눌려 파는, 그리고 기계로 뽑아내는 것처럼 멀쩡한 원통형으로는 나오지 않는다.
두 번째는 그래엄 크래커. 일반 통밀가루과는 조금 다르게 배젖, 그리고 겨와 눈을 분리해 전자는 곱게, 후자는 거칠게 갈아 따로 섞은 그래엄 밀가루로 만든다. 원래 실베스터 그래엄이라는 목사가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만들었으나 오늘날에는 가짜 그래엄 크래커가 이름을 빌리는 수준이다.
우리나라에도 어딘가에 수입이 되는지 모르겠으나, ‘그래엄 크래커’라는 이름을 달고 나비스코 등에서 나오는 건 백밀가루에 고과당 콘시럽으로 흉내만 낸 수준. 당연히 통밀가루로 만들었을때의 거친 질감을 느낄 수 없다. 오히려 다이제가 더 나을듯. 하여간 이것도 만들기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은데 역시 그래엄 밀가루가 없으면 100% 재현은 어렵다. 통밀가루를 대신 쓰면 되지만 조직이 너무 고와진다. 꿩 대신 닭이라고 그냥 그 수준에서 만족.
이 둘을 만들었으면 조합은 더 간단하다. 마쉬멜로우를 꼬치에 꿰어 약한 불에 굽는다. 금방 타므로 신경을 좀 써야 한다. 겉이 바삭해졌다면 속은 충분히 녹았을 것이므로, 크래커에 얹는다. 그 위에 초콜릿을 한쪽 더 얹고 먹으면 된다. 초콜릿만 빼고 한 봉지를 시청역에 어제 오후 떨구고 왔는데 가져가신 분 잘 드셨는지 모르겠다.
# by bluexmas | 2014/03/10 14:46 | Taste | 트랙백 | 덧글(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