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형치킨’과 여러 겹의 인종 고정 관념 문제
트위터에 ‘흑형치킨‘에 대한 이미지와 이야기가 돌았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잘못되었다. 하지만 이유가 따지고 보면 여러겹이다. 물론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건 피부색에 얽힌 고정관념이다. ‘흑인=까맣다’의 공식을 가져다 붙인 셈인데 일단 이것만으로도 써서는 안되는 표현이다. Yellow(황인종), Red(미국 원주민) 등, 피부색을 지칭하는 표현은 인종차별 및 비하를 위한 것으로 이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이와 얽혀 최근 NFL팀인 워싱턴 레드스킨즈(Washington Redskins)이 도마에 올랐다. 인종적 표현(Racial Epithet)이므로 팀 명칭을 통째로 바꿔야 한다는 것. 아메리카 원주민은 물론 다른 인종의 사람들마저 촉구하는 상황이지만 구단주인 댄 스나이더가막말로 ‘꼴통’인지라 쉽게 변화할 가능성은 적어보인다. 어쨌든 비슷한 맥락에서 팀 명칭 자체가 여전히 문제지만 클리블랜드 인디언즈가 마스코트-희화화한-인 와후 추장을 유니폼에 더 이상 적용하지 않는다거나, 아틀란타 브레이브스가 한참 전에 나카호마 추장 마스코트를 없앤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여기까지만 따져도 문제지만 이건 첫 번째 겹일 뿐이다. 두 번째 겹은 음식 그 자체, 즉 치킨과 관계가 있다. 발원지와 시기 등으로 미뤄 짐작할때, 우리가 먹는 프라이드치킨은 흑인 노예 시대의 산물이다. 남의 나라에 짐승처럼 끌려와 죽을 고생하던 흑인들의 고향이었던 열대지방의 음식이 자리잡은 것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기원으로 인해 70년대(? 정확한 시기에 대한 자료가 인터넷에 있었는데 검색이 잘 안된다)까지만 해도 MLB 인디언즈의 와후 추장처럼 흑인을 희화화한 마스코트를 적용한 치킨 프랜차이즈가 종종 존재했다. 한마디로 ‘흑인=치킨을 좋아한다, 또는 잘 만든다’는 인식 자체가 인종에 붙이는 고정 관념이며 차별이라는 의미다. 이와 관련, 작년에는 서지오 가르시아가 타이거 우즈(아버지는 흑인, 어머니는 태국인)를 놓고 ‘초대해 프라이드치킨을 대접하겠다’는 발언이 인종차별적이라 문제가 된 적도 있다. (링크 참조. 아래 관련 영상도 보면 이해에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가 소위 그 잘난 “단일민족” 국가라는 이유로 여태껏 이 인종 고정 관념에 비롯한 차별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것 같은데, 이제 그만 좀 접고 인종차별의 큰 그림을 볼 필요가 있다. 여러 창구의 국제 결혼 증가로 인해 “단일민족”이라는 딱지가 유명무실하며, 노동자, 관광객 등 외국인의 유입도 활발하다. 게다가 더 웃긴 건, 이미 피해자의 입장이라는 명목 아래 우리는 인종차별이 존재한다는 것도 안다. 어떤 구석부터 보아도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는 없는 형식으로 사는 대부분의 교포가 막다른 골목에서 꺼내는 카드가 인종차별 아닌가? 심지어 최근 불거져 나온 플러싱의 맥도날드 사건의 대응 또한 ‘인종 차별, 노인 차별에 항의하는 불매운동‘ 이라고 한다. ‘세계속의 한국인’ 등등의 거한 명분까지 들먹이기 이전에,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이런 문제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프라이드 치킨 등, 계층과 음식의 관계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차별받은 식탁(어크로스)>를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좋다. 다만 ‘목 등 주인이 먹고 남은 부위를 편하도록 바삭할때까지 튀긴게 프라이드 치킨’이라는 분석은 맞는지 잘 모르겠다. 조리 방법(가장 위험한 튀김)이나 부위(질기거나 뼈가 많거나)를 감안한다면 오히려 그냥 푹 삶아 먹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
# by bluexmas | 2014/01/20 15:06 | Taste | 트랙백 | 덧글(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