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3일차- Chez Panisse: 단순함 아닌 단순함

고막이 떨어져나갈 정도로 시끄러운 무리 둘에 싸여 간신히 저녁을 먹은 뒤 들른 아이스크림 옆 가게의 서점에서 앨리스 워터스의 책을 보았다. <The Art of Simple Food II> 라던가?

그래서 대체 무엇이 그렇게도 단순하단 말인가. 바로 이 사진과 같은 음식? 오늘 먹은 4코스, $85의 주요리다. 어두워 사진도 형편없지만 정신을 차리고 뜯어봐도 대체 뭔지 알 수가 없다. 실제로 먹어봐도 단순한 구석이 하나도 없으며, 요소 가운데 한두 가지는 없는게 나아보였다. 게다가 조리과정을 찬찬히 되짚어봐도 전혀 단순할 것 같지 않다.

단순하지도 않지만 설사 그렇더라도 그건 정말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 재료가 좋을 수록 손을 많이 댈 필요 없고, 따라서 음식을 최대한 간단히 만들 수 있다고 가정하자. 그 좋은 재료를 가꾸는 노(동)력은 누구로부터 나오나? 음식과 얽힌 정치적 문제 다루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노동력 피라미드의 맨 밑까지 짚어보면 그 속내는 굉장히 복잡할 수 있다. 현대요리다 뭐다 해서 복잡다단한 과정을 거치고, 재료를 핀셋으로 올려놓는 요리 또한 지나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이러한 종류를 단순하다고 규정할 수 있고 또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드러내놓고 복잡한 요리의 대척점에 있는 개체로 여길 수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이건 그냥 별개로 존재하는 복잡함이라고 보는 편이 낫고 어떤 면에서는 현대요리보다도 더 피곤하다.

– 일괄적으로 9%의 세금, 17%의 봉사료가 붙는다. 따라서 인당 근 $100. 그럼 치즈코스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본다.

– 너무 좁은데 너무 다닥다닥 자리를 붙여놓아, 주변이 시끄러우면 식사 자체가 거의 불가능해진다. 오늘 그런 상황. 술까지 시켜 $100 이상의 식사를 하기에 만족스러운 여건이라 생각할 수 없다. 진짜 솔직히 ‘이런 #발!’하고 탁자를 엎고 싶었다. 물론 문명인이니 그렇지 않았지만. 그 정도로 식사가 힘들었다.

– 디저트 빼고 세 코스 가운데 둘에 과일의 뭉근한 단맛이 겹쳐 등장했다. 그리고 디저트에도 같은 종류의 단맛이 등장. 산과 소금이 가벼운 가운데 단맛만 두드러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 두 시간 동안 먹었는데 한 시간 이십 분 정도는 기다린듯. 먹는 사람의 속도에 맞춰 음식을 주지 않는다.

 by bluexmas | 2013/11/07 15:15 | Taste | 트랙백 | 덧글(4)

 Commented by 맹한 북극여우 at 2013/11/07 22:41 

셰파니즈는 정말 호불호가 뚜렷한거같네요. 뭐 저도 개인적으로 30여년간을 지켜온 레스토랑과 철학이 맘에들지만 직접 가서 먹어보면.. 실제로 레스토랑이 너무좁아 미국 넥타이부대나 가족모임 옆자리라도 앉으면 대화조차 힘들죠.. 화장실 가는길에 주방을 보게 만든것도 주방투어하는격이라 좋긴 좋겠지만 개인적으로 별로 안좋아보이기도 하더군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3/11/08 16:38

네 제가 어제 그래서 정말 음식을 어디로 먹는지 먹을 지경이었습니다. 자연에 최대한 가까운 음식을 만들고 싶다면 먹는 환경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요? 음식 또한 그냥 재료를 모아놓은 듯한 느낌이었어요.

 Commented by Ithilien at 2013/11/08 02:48 

가격이 저정도인데 서비스와 음식이 저렇다면 화날듯합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3/11/08 16:38

서비스라기보다 환경의 문제라고 보는 편이 맞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