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가게 도너츠 하루에 두 번 사먹은 이야기-Blue Star

그렇다. 아침으로 먹은 도너츠 가게에 오후에 또 들렀다. 이러기는 나도 처음이다. 엄청나게 맛이 있어서…라기 보다 문을 갓 열었을때는 속을 채운 종류가 하나도 없기에 끝장을 보고 싶었다.

원래 Voodoo Doughnuts가 유명세는 가장 많이 타지만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맛보다 모양 때문에 더 인기가 많은듯.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관광객이나 가는 곳’이라는 대답이 나온다. 그래서 ‘눈팅’만 하다가 어제 드디어 들렀는데 이미 판매 종료 후 마감. 알고 보니 아침 일곱 시에 열어 오후 두 시쯤이면 떨어진다고. 간만에 오기를 부려 아침에 들렀다.

 

사진으로 볼 수 있는 것처럼 온갖 프랑스의 브리오슈 레시피를 바탕으로 동네에서 나는 좋은 재료를 쓰고, 쌀기름(이라는데 아무래도 쌀겨기름, 즉 미강유 같다)으로 튀긴다고 한다. 즉 튀기는 도너츠되 맛과 건강에 최대한 신경쓰겠다는 이야긴데… 일단 재료가 좋아서인지 맛은 진짜 좋다. 매개체라는 걸 감안하면 지방의 질이 맛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그런 부분에서 전혀 거슬리는 부분 없이 깨끗하며, 부재료들도 체리라면 체리향이 아닌 진짜 체리맛이 난다(당연한 이야기지만 이게 도너츠라는 걸 감안하면 안 그럴 확률이 더 높지 않은가). 맛의 조합들도 훌륭하다.

 

그럼 완벽하다는 말인가? 안타깝게도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기본인 반죽의 밀도. 발효도너츠가 베이킹파우더/소다로 부풀리는 케이크도너츠보다 우월한 이유는 가벼움인데, 도너츠치고는 너무 밀도가 높고 무겁다. 아침에 금방 만든 걸 가져왔는데도 영어로 ‘chewy’  또는 ‘doughy’하다. 오후에 들러 먹었던, 속을 채운 것들도 크림도 다른 재료도 너무너무 훌륭한데 빵이 너무 질겼다. 심지어 한 종류 있던 케이크 도너츠는 조금 과장을 보태 벽돌처럼 무거웠다. 한 열 가지는 먹었으니 또 먹지 않아도 될 듯.

 

여기 와서 사먹은 음식들이 거의 같은 문제를 품고 있다. 좋은 재료가 많으니 웬만하면 맛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디테일이 떨어지는데, 그게 거의 대부분 질감이다. 계란은 조금 더 익히고 도너츠는 뻣뻣하다. 말차 푸딩이라는데 꼭 요거트 같은 게 나온다. 바로잡기 엄청나게 불가능한게 아닌 것임을 감안하면 아직 그런 부분까지 세세하게 신경 쓸 정도로 성장이 덜 된 건 아닌가 싶다. 게다가 다들 너무나도 후한 점수까지 감안한다면.

* 2011년 11월 미국판 GQ에 알란 리치맨이 포틀랜드 음식 특집 기사를 썼는데, 왜 부두 도너츠를 언급했는지 이해가 잘 안 간다. 동네 사람들도 안 가는 분위기에 근처만 가도 벌써 냄새가 장난 아니구만;;; 평론가의 역할이 뭔지.

 by bluexmas | 2013/10/26 14:52 | Taste | 트랙백 | 덧글(4)

 Commented by walkingdownthestreet at 2013/10/26 18:11 

그 딕…도넛으로 유명한 부두도넛 말씀이시군요 실제론 명성대비 별론가봐요 ㅠㅠ 전 넘 궁금해서 다시 시애틀가면 꼭 들리려했는데

 Commented by bluexmas at 2013/10/31 14:14

부두도넛은 포틀랜드에 있고 시애틀에는 탑 팟이 있어요. 딕… 도넛은 어디에서 파는지 모르겠는데 탑 팟의 도너츠는 멀쩡합니다…

 Commented at 2013/10/27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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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ed at 2013/10/3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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