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틀랜드 16일차- 도전! 루바브 파이
물론 사먹는 건 샌프랜시스코에서 집중할 계획이지만, 이곳 포틀랜드에서는 계획보다도 훨씬 덜 사먹는다. 재료를 한 번이라도 겪어보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지난 주말 시장에서 루바브를 만나서 얼른 집어왔다. 사실 철이 조금 지나서 전혀 눈에 띄지 않았는데, 가지고 나온 상인 말로는 날이 따뜻해서 계속 자라고 있다고. 날씨가 다시 추워지면 멈춘다고 한다. 하여간 얼씨구나 좋다고 집어와 파이를 만들었다.
잠깐 설명하자면, 류바브는 샐러리와 생김새가 비슷하면서도 맛은 전혀 다르다. ‘Tart’라는 형용사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새콤함을 지니고 있어 단맛을 짝지어주면 훌륭한 디저트 재료로 제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딸기는 좀 단맛이 심한 편이라 확신이 없지만 보통의 딸기와는 훌륭한 짝을 이룬다. 몰랐는데 우리나라에도 냉동제품이 수입된다고 하고, <디저트리>에서 타르트를 맛볼 수 있었다.
원형팬도 밀대도 푸드프로세서도 아무 것도 없지만 일단 만든다. 역시 크러스트가 관건. 집주인이 먹어도 된다고 했던 음식 가운데 보드카마저도 계셔서 물과 반반 섞고, 라드와 프랑스, 아이슬란드 버터를 손으로 열심히 밀가루에 주물러 섞었다. 아이슬란드 버터는 작년 여행갔을때 현지에서 먹어보고 기절했던 것인데 2년전과 달리 이미 미국에도 수입이 된 상황. 다른 분야는 모르지만 이 나라 음식 문화의 발전은 결국 유럽을 따라가고 싶은 욕망이 아닌가 생각했다.
일단 크러스트를 해결하고 나면 나머지는 간단하다. 사과와 달리 껍질을 벗길 필요도 없고 씻어 1cm정도 두께로 썰어 설탕에 버무리면 된다. 다만 밀대가 없어서 먹고 남은 와인병을 썼으나 원하는 만큼 반죽을 얇게 펼 수가 없어서 문제. 그냥 여건에서 최선을 다했다. 게다가 원형팬도 없어 앉히기도 힘들었다. 그냥 여건에서 최선을… 한 번만 쓰자;;;
화씨 375도에서 한 시반 반 구워서 완성. 뚜껑을 씌우는 파이치고 속이 조금 부족했는지 단면의 아름다움은 그다지 없다. 달리기하고 돌아오는 길에 크림프레시를 사다가 얹어 먹었다.
# by bluexmas | 2013/10/23 14:45 | Taste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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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맛 나는 빨간 줄기라니 ‘괴싱아’가 연상됩니다. (생긴 것도 친척뻘로 생기긴 했습니다. 대황이 셀러리급이라면 괴싱아는 시금치급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