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틀랜드 15일차- 한식 퓨전? KOI FUSION 과 한국의 맛에 대한 의구심

‘코리토’니 ‘국뽕’ 등을 언급했는데, 사실 멕시코 음식에 한국식으로 조리한 단백질을 섞는 건 그다지 참신한 아이디어도 아니다. 미국에서도 몇 년 전부터 존재했으니, 여기 포틀랜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머무는 곳 바로 옆에 이 동네에서는 나름 유명하다는 ‘코이 퓨젼(KOI FUSION)의 트럭이 있어 한국식으로 조리한 단백질(소, 돼지, 닭고기+두부 등, 개당 2달러)으로 만든 타코 다섯 종류 모두를 사다가 먹었다.

사진을 보라. 어떤 타코에 무슨 고기가 들었는지 눈으로 구별할 수가 없다. 물론 문제는 아니다. 진짜 문제는 두부를 빼고는 먹어도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단단할때까지 조리한데다가 다른 맛이 거의 없이 단맛만 치고 올라와 너나할것 없이 단백질 사탕 같다. 유일한 예외는 두부로, 단맛은 물론 소금간도 거의 안된데에 전형적인 미국 한인 수퍼마켓풍 김치를 얹었다. 거기에 예외없이 얹은 숙주나물과 생오이는 다소 뜬금없다.

어제도 언급했다시피 나는 이러한 ‘보틈업’ 접근법이 굉장히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텍사스 또는 캘리포니아에서 미국화된 멕시코 음식의 단백질을 대체하기도 좋으니 궁합이 딱 맞는다. 하지만 그것도 두 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첫 번째는 당연히 맛이다. 2005년이었나 시애틀의 스시집 다찌 옆에 앉은 일본계 미국애가 ‘요즘 한국 음식이 다 LA화 되어 달아’라는 이야기 했던 것을 기억한다. 한식, 특히 외식으로서 한식이 달아지는 건 이제 막을 수 없는 추세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 정도라면 디저트 아닌, 끼니로 먹는 음식(savory food)로서의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한식불고기도 단맛 가운데 생강, 마늘 등의 맛이 올라오는데 이건 정말 아무런 맛도 나지 않았다. 게다가 단맛 또한 100% 설탕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3년전 이 동네에서 먹었던 한식 부리토도 같은 곳에서 만들었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 그 또한 그냥 단맛나는 고기에 균형이 깨질 정도의 고추장을 끼얹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조리다. 물론 숙련도 또한 개인차가 있기에 음식의 가격과 직결된다고는 생각하지만, 이 정도의 음식이라면 가격은 주로 재료가 결정지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최고의 재료는 쓰지 않아도 좋지만 조리솜씨는 물론 설정해놓은 완성도가 적어도 멀쩡한 수준은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딱딱한 단백질 외에도 뻣뻣한 타코, 발로 썰었나 의심이 갈 정도로 투박한 오이채 등이 한심했다.

이런 음식을 만나면 의구심을 품는다. ‘한국의 맛’이란 대체 무엇인가. 이 맛이라는게 존재는 하는지, 한다면 그것이 순수한 재료와 양념의 조합인지 아니면 조리 솜씨까지를 아우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들 한 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대체 ‘잘 만든 한국 음식’이 무엇인가? 그런 음식을 만나본 적 있는가? 네 군데 남았다던 특급 호텔 한식당에서도 못 만났다. 우래옥의 음식을 높이 사기는 하지만 가만 보면 기복이 있으며 제발 좀 겉절이의 조미료는 뺐으면 좋겠다. 아, 최저가 1인분 29,000원짜리 고기를 시켜도 상추에 물기 안 털어 나오는 것도 문제다. 그래서 늘 의구심을 품는다. 한국의 맛이라는게 대체 무엇이고 어떻게 완성되는 걸까? 유서깊은 양반집 맏며느리가 대대로 물려온 150년 묵은 씨간장?

 by bluexmas | 2013/10/22 15:20 | Taste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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