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빈해원- 건물 120점, 음식 60점
주말, 신안과 목포에 갔다가 올라오는 길에 “군산 4대 중국집” 가운데 하나라는 빈해원에 들렀다. 열었으면 미친척하고 복성루에 들러볼까 했으나 휴업. 심지어 이성당 또한 입시-딱히 이해하기 어려운 비정기 휴업-이었다.
다 먹고 떠나기 전 화장실에 들르려고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니 공간이 참 좋았다. 다소 어둡기는 했지만 평행우주에서나 존재할 법한 어린 시절 노포 화상의 건물이랄까. 주저없이 120점쯤은 줄 수 있는 공간이었으나 음식은 그의 절반은 60점 수준 밖에는 되지 않았다.
그래봐야 삼선간짜장이니, 볶음밥이니 하는 것이 한 그릇에 7,000원. 지방의 물가까지 고려하더라도 절대적으로 비싸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보다는 너무 성의없이 만든 티가 풍기는게 싫었다. 예를 들자면 이 간짜장은 분명히 갓 볶아 뜨겁게 나오기는 했으나 소위 말하는 불맛은 전혀 나지 않았다. 채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양배추에 불이 닿은 흔적은커녕 익은 느낌마저 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살짝 데쳐서 준비해놓았다가 뜨겁게 데우기만 한 짜장에 섞어서 내는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물론 다른 재료도 마찬가지. 심지어 짜장조차도 딱히 불에 오래 닿았다는 느낌은 나지 않았으니, 볶음밥에 따로 나온, 오래 끓인 짜장이 훨씬 더 맛이 좋았다.
볶음밥 또한 재료가 불구경을 오래 한 듯한 느낌은 거의 나지 않는 가운데, 그보다도 완전히 삭은듯 씹을 필요가 거의 없는 쌀이 더 거슬렸다. 사실 볶음밥의 생명은 알이 살아 있는 쌀과 부드럽게 익은 계란, 후자는 그럭저럭 괜찮았으나 전자는 근래 보기 드물도록 좋지 않는 느낌이었다. 식사로 주문하는 것에는 다른 종류가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딸려 나온 짬뽕 국물은 얄팍한(소위 말하는 “바디감”이 없는) 것으로 보아 그냥 한꺼번에 끓여놓았다가 내는 수준이었다. 손님이 얼마나 많이 오는지는 모르겠지만 음식이 풍기는 느낌이 소위 말하는 “전처리”를 아주 많이 거친 것 같았다.
건물 입장료만 몇 천원 받는다고 해도 기꺼이 내고 들어갈 수준이라고 생각하므로, 아예 음식을 먹지 않는 곳이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마저도 들었다. 돈을 치르는 것은 아깝지 않으나 그것으로 맞바꾸는게 하루 세 끼중 하나라는 사실은 썩 달갑지 않았다.
*어린 시절 “삼선”류를 시키면 해삼 또한 깍뚝썰기가 되어 나왔는데, 볶음밥 사진에서 볼 수 있듯 오로지 해삼만이 채썰려 나온다. 통으로 말린 해삼을 며칠 동안 어렵게 불려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혹 조금 더 편하도록 채썬 제품도 나오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그게 아니라면 재료는 대개 같은 모양과 크기로 자르는 것이 원칙이니까. 씹을때 질감은 물론 깍뚝썰기한 것이 훨씬 낫다. 채를 썬 건 탱탱함이 살아나지 않는다.
# by bluexmas | 2013/09/05 11:52 | Taste | 트랙백 | 덧글(6)
해삼 손질이 이렇게 쉬워지다보니(통해삼 보다 금새 불어요)
극악한 가게에서는 덜 불린 해삼 슬라이스에 이빨이 상할 뻔한 일도 생깁니다
잘 불린 해삼의 관능적인 촉감을 느끼려면 발품을 꽤나 팔아야할것 같습니다
게다가 중국 경제 발전과 더불어 중국이 지구상의 해삼을 흡수하는 듯 가격이 오르고 있습니다. 생물 마구로가 대부분 일본으로 빨려가듯 말이죠 ㅎ
검은 국물만 뿌려서 주는 요즘 중국집하고는 차원이 다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