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건강

동양 음식이 다 건강식일까 하는 의문

그렇지 않아도 지난 주, 아주 오랜만에 햄버거를 먹으며 생각했다. 가격, 맛, 편리함 등 모든 요소를 감안할때 이 햄버거가 우리가 우리 것이라고 믿는 음식보다 과연 덜 건강할까? 답은 자꾸 ‘아니다’ 쪽으로 기울었다. 그러던 와중 푸른별여행자님의 글을 읽었다. 한 번, 아니 여러 번 생각해봐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리해보았다.

1. 음식의 건강은 무엇으로 따지는가?

숫자놀음, 즉 열량 위주로 따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의식 및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렇게 숫자만 따지다보면 밥에 김밥, 감자샐러드, 떡볶이와 같은 급식 메뉴가 나온다. 전부 탄수화물이다. 열량과 비만, 또는 지방 축적을 얽는 이론은 요즘 도전받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진짜 문제는 당, 또는 탄수화물이라고 생각한다. 비정제곡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생각한다. 즐거움을 위해 먹지만 그 영향에 대해서는 인식해야 한다는 의미다.

2. 식단에서 영양소 사이의 균형

한마디로 우리는 탄수화물을 너무 많이 먹는다. 고기집을 빼놓는다면, 외식으로 선택할 수 있는 “우리 음식”이라고 할만한 것 가운데 단백질이 중심인 게 없다. 단백질의 부재는 우리가 극복해야할 문제다. 가짓수가 딱히 딸리지는 않으나 현실적인 활용방안은 떨어진다. 돼지를 예로 들자면, 삼겹살 위주에서 벗어나 안심 같은 부위도 잘 먹을 수 있어야 한다. 지방이 적으므로 따지는 사람에게는 이상적인 단백질 공급원이지만, 그만큼 조리를 잘 하기가 어렵다. 전문가의 조리에 관한 연구는 이런 재료를 편하고 맛있게 조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3. 집밥의 함정

‘집밥이 건강에 좋다’라는 이야기를 한다. 틀리지는 않은 이야기다. 다만 그 조건을 정확하게 갖춰야 한다. ‘만든다-안다-통제 가능하다’의 삼단논리를 적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지식의 축적이 필요하다. 이를 전제하지 않는다면 ‘집밥=건강’의 논리는 크게 의미가 없고, 오히려 정신적인 자위에 더 가깝다. 거기에 1의 열량 숫자 놀이까지 감안한다면 차라리 전문 교육을 받은 영양사가 숫자 맞춰주는대로 먹는게 더 건강하지 않을까? 이글루스 음식 밸리만 봐도 많은 조리 포스팅이 올라오지만 지식을 바탕으로 만든 음식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 가운데서도 집밥의 우월함을 내세우는 음식은 스스로 드러내는 우월함에 비해 음식으로서의 완성도가 결코 높지 않다. 손맛의 시대는 지났는데 그만큼의 노력도 쌓지 않으면서 그 존재를 믿는 사람들은 답답하다.

게다가 발달한 현대의 식품 공업을 최대한 활용하면 집밥에 들어가는 노동력의 비율 또한 줄일 수 있다. 가장 좋은 예가 세척채소다. 물론 완전하지 않다. 하지만 시금치를 사다가 좁은 집에서, 또 가장 면적 비율이 낮은 부엌의 깊지 않은 싱크대-이미 설거지 거리로 가득 차 있을 확률이 높다?-에 담가 흙을 털어 씻고 다듬는다고 생각해보라. 쉽지 않다. 조리는 만드는 사람이 결과물을 먹고 싶은 의욕을 떨어뜨리지 않는 수준의 수고만 들어가야 한다. 현대 식품 공업은 조미료나 첨가물만 만들지 않는다. 넓디 넓은 식품 코너를 잘 둘러봐서 나의 식탁에 활용할 수 있는 요소가 무엇인지 꿰뚫고 있어야 한다. 내가 트위터를 통해 콩국물 따위의 사진을 올리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조리법도 중요하지만, 활용 가능한 자원 resource이 무엇인지도 꿰뚫어야 한다.

4. 동양, 또는 한국 음식 우월주의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열등의식의 역발현은 아닌가 생각할 때가 많다. 하지만 백발 양보해서 우리 음식이 정말 건강의 측면에서 서양음식에 비해 우월하다고 가정해보자. 그 음식은 정확하게 어떤 형식(format)인가? 집밥- 현미와 잡곡, 콩이 골고루 들어간 밥 반 공기에 양념을 적게 쓴 나물 다섯 종류와 심심한 국, 기름 쪽 빠진 생선구이의 집합? 만일 그렇다면 이걸 현실에서 늘 차려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어디에 있나? 만들어 먹는 사람으로서 우리 음식에 관한 불만은, 고르고 고르면 결국 하나다. 조리가 너무 복잡하고 그에 비해 보람이 없다. 결국 우리가 믿는 건강한 음식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에 가깝다. 이를 놓고 ‘우리 음식이 건강하다’라고 믿는 건 어리석다.

게다가 현실의 식단이 삼시 세 끼 저런 경우도 이젠 드물다. 젊은 세대의 식단은 이보다 훨씬 더 다양-좋게 말해서. 나쁘게 말하면…-하다. 맛의 측면에서 세 끼를 다 저렇게 먹기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이런 세대에게 이상적인 우리 음식이 건강하다고 강변하는 것은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현재 존재하는 것의 장점과 단점을 분석해 맞는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 훨씬 현명하지 않을까? 만약 김치와 장류를 포함한 발효식품이 건강하다고 가정하자. 그 또한 좋은 재료로 제대로 만들어야 가능하다. 마트에서 파는 공장제 간장, 된장 같은 걸 집어와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

5. 음식을 먹는 이유-맛 대 건강

음식에서 건강에만 초점을 맞춘 논의에 나는 피로를 느낀다. 물론 건강이 중요하지만 과연 그것만을 위해서 음식을 먹을까? 그렇게 따지면 현재 우리의 식탁에 올라가는 것들 대부분은 들어내야 한다. 현실적이지 않다. 압축하면 불만은 결국 하나다. 아무도 지키지 못하면서 이상적인 목표를 현실적인 것인양 제시한다. ‘이것이 건강이다’라는 정의와 그를 향한 방법이 정확하게 하나로 수렴된 상황도 아닌데 그 실현방법-그것도 거의 불가능한-이 하나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그 정황까지 단순화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가? 우리식으로 고깃국을 끓였다. 소금을 많이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으니 간을 하나도 안하고 먹는다. 무슨 맛이 나나? 이렇게 먹는게 최선인가, 아니면 그러느니 국 자체를 먹지 않고 그 고기로 다른 반찬을 만드는게 더 현명한가? 태생이 염장식품인 게 김친데 짜니까 건강에 나쁘므로 싱겁게 담근다? 먹지 못할만큼 짠 김치를 별로 못 만나기도 했지만, 봉피양에서 김치연구소 작품이라며 돈 받고 파는 싱거운 김치를 추가금 내고 사서 먹어보았다면 차라리 먹지 않는 편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어진다.

 by bluexmas | 2013/08/01 10:02 | Taste | 트랙백 | 덧글(5)

 Commented by Ithilien at 2013/08/01 10:48 

봉피양 김치 입맛에 안맞는게 저만 그런거 아니였군요. ㅡㅡ;;

집밥은 하면 할수록 느끼는거지만 반찬 가짓수 늘리기가 상당히 힘듭니다. 그러니까 만들던것만 만들게되고 그러면 또 영양분이 문제나지요.

발효식품도 요새 장 담그는집은 거의 없고 해봐야 김치 겨우 담그는 수준이니 참 난감합니다.

 Commented by 호모덕질 at 2013/08/01 11:12 

“조리가 너무 복잡하고 그에 비해 보람이 없다.”

-> 이거 정말 너무너무 공감합니다.ㅠㅠ

 Commented by 훌리건스타일 at 2013/08/01 11:26 

이글루스 음식 밸리만 봐도 많은 조리 포스팅이 올라오지만 지식을 바탕으로 만든 음식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 가운데서도 집밥의 우월함을 내세우는 음식은 스스로 드러내는 우월함에 비해 음식으로서의 완성도가 결코 높지 않다.

으으…. 가슴을 찌르는 한마디… 새겨듣겠습니다 ㅠ

 Commented by 토비 at 2013/08/01 15:20 

세척채소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이마트가 그런 쪽으로는 잘 되어 있는 것 같아요. 미리 볶음밥이나 찌개용 사이즈로 컷팅도 되어 나오구요.

어르신들은 뭐 그걸 돈까지 더 줘가며 사냐, 그냥 흙채소 사서 후딱 손질하면 되지- 하시는데 세척 채소가 의외로 좋은 점이 많죠. 요리 시간도 단축되고, 뒷처리(흙 묻은 싱크대나 껍질 등등)해야 하는 귀찮음도 줄어들어서 더 자주 요리하게 되더라구요. 요리와 친해지는 느낌!

솔직히 찌개나 나물 같은 거 한 번 만드려면 진짜 재료 손질하다가 힘 다 빠져서 “아오 담부턴 사 먹고 말지.”하게 되잖아요ㅎㅎ

 Commented by renaine at 2013/08/01 21:38 

일본 온 미국 친구가 우동-텐동 셋트를 보고 경악하더라고요. 어떻게 carbo+carbo 조합을 먹을 수가 있냐고. 싱가포르만 해도 식사용 샐러드 찾기가 어렵지 않았는데 한국이랑 일본은 점심 메뉴로 탄수화물 아닌 걸 찾기 힘드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