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촌]Once Upon A Milkshake-맛은 어디로?
음식이 간단해서 건강에 나쁜(혹은 그렇다고 믿는) 재료만 쏙 빼면 건강하게 거듭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아니 설사 바람대로 건강해진다고 해도 원래 음식의 미덕이나 정체성이 그대로 살아 있기란 불가능하다. 돌리지 않고 말하겠다. 여기에서 파는 정도로 달지 않게 밀크셰이크를 만들면, 얼마나 건강할지는 모르겠지만 밀크셰이크라는 음식의 정체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무런 맛이 나지 않고 그냥 닝닝하다(차라리 소금간이라도 짭짤하게 했더라면 이 정도로 닝닝하지는 않겠지만, 그 또한 건강에 나쁘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원래 달아야 할 음식이 달지 않은 경우를 많이 만나는데, 이 정도라면 참으로 새로운 경지에 이르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의 기준은 모르겠지만, 나라면 밀크셰이크는 잘해야 1주일에 한 번 정도 먹을 음식이다. 이걸 달지 않게 만들었다고 두 번 먹게 되지 않는다. 만약 밀크셰이크라는 음식이 정말 그렇게 건강에 좋지 않다면 아예 끊거나, 시기를 적절히 조절해서 먹을 일이지 정체성을 따져보았을때 불가능한, 건강한 밀크셰이크를 찾는게 답이 아니다. 뭐 그런 것들이 정말 효능이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건강을 좇는다면 양파즙이나 개소주, 야채수 같은 걸 먹으면 된다. 밀크셰이크는 순수하게 쾌락, 또는 즐거움을 위한 음식이어야 밀크셰이크답다. 달지 않은 디저트를 비롯, 공정무역이니 착한 가게, 사회적 기업 등등의 수단으로 마케팅하는 업체를 많이 보는데 그 모든 것들도 내놓는 음식이 맛있을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 아니면 그냥 ‘기믹 gimmick’에 머물고 만다. ‘샤방샤방’한 인테리어와 짜증나도록 울려퍼지는 가요 춤곡, 건강을 지향하는 밀크셰이크 사이의 엇박자 또는 불균형에 대해 주인이 자각을 하고 있는지 그게 궁금했다. 딱 사진에서 보이는 만큼만 마셨는데 더 넘어가지 않아 그대로 놓고 나왔다. 참으로 순수하게 맛없었다.
# by bluexmas | 2013/07/25 18:16 | Taste | 트랙백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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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에 감자 튀김 듬뿍 먹으면서 다이어트 콜라를 마시고
입가심으로 크림과 설탕 잔뜩 든 카라멜 마끼아토를 …
그래도 콜라 만큼의 칼로리는 뺐다는 것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