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부동]오 프티 베르-착실하지만 호기심 없는 맛
이름만 주워듣고 찾아갔는데, 거의 다 와서야 여기가 “마셰코(아무리 줄여쓰기가 유행이라지만… 정말 멍청해보인다)”의 출연자가 차린 곳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레몬과 초콜릿, 두 종류의 타르트(7,000/7,500원)를 먹었는데, 일단 뚜렷한 맛이 장점이었다. 신맛은 산뜻하게 시고, 또 단맛도 또렷하게 달았다. 어디에서 오는지 이젠 감도 잡기 어렵지만 시지도 달지도 않은 디저트를 내놓는 곳이 너무 많아 ‘이게 뭔가?’ 싶은데 적어도 그렇지는 않았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오히려 이 정도의 맛을 내는 곳이 별로 없다. 그래서 충분히 긍정적이다.
반면 두껍지도 않으나 딱딱한 크러스트는 단점이었다. 채우는 재료가 수분을 빨아들여 눅눅해질 것을 대비해서 그런지, 아니면 많이 치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파이/케이크/타르트라도 나이프를 크러스트에 댔을때 저항이 없는 정도를 이상적으로 본다. 역시 맛 자체는 괜찮았으나 꽤 딱딱했다. 그와 맞물려 많이 꾸덕한 초콜릿 또한 별로. 이 정도의 꾸덕함이라면 초콜릿을 그냥 먹는 편이 낫지 않을까? 발로나를 썼다고 이야기하는데, 표정이 두드러지는 초콜릿을 쓴다면 질감은 적당히 가벼운 편이 맛과 균형을 이루는데는 낫다고 본다. 레몬 타르트의 속은 썰어보니 살짝 질었고, 이 초콜릿 타르트의 속은 오히려 너무 꾸덕해 뚝, 잘라졌다. 차라리 둘의 평균 질감을 두 가지 모두에 적용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따지고 보면 이런 종류 디저트의 질감이라는게 아주 크게 차이나는 편은 아닐테니까. 흔히 ‘buttery’한 질감이라고 표현을 하는데, 저 타르트의 초콜릿은 굳은 버터의 그것이었다.
잘 만들었다. 그것도 나같은 사람이 방송에 출연하는 부류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면 ‘야, 똑바로 보고 객관적으로 평가해라’라고 생각하게 만들 만큼은. 하지만 딱히 새로울 건 없었다. 둘 다 반쯤 먹으니 딱히 더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 남겼다. 이를테면 착실하지만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지는 않는 맛이다. 집에서도 외국 레시피를 착실히 따라하면 비슷한 맛이 난다. 하지만 제대로 시고 단맛을 보니 목표 지점에 대한 이해는 뚜렷하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 출연자로부터 그만큼을 얻어낼 수 있다면 그건 이 현실에서 불행인가 다행인가?
* 머랭도 조금 더 그을렸더라면.
# by bluexmas | 2013/07/22 17:02 | Taste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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