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의 비계와 소주 한 잔

여전히 날씨가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집을 나섰다. 가끔은 환기가 필요하다. 방산시장 건너편에서 보쌈으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참으로 오래된 습관을 한 상 받은 기분이었다. 돼지 비계를 바탕으로 아주 지나치지는 않은 조미료의 들척지근함이 다소 무뚝뚝하게 피어나는 느낌이랄까. 거기에 날씨마저 거들어 소주를 안 시킬 수 없었다. 소주잔에는 양념이 묻어 나왔다. 이야기를 하자 아주머니가 ‘그러니까 셀프로 얼른 가져가라는 거’라고 대답했다. 하하.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 이미 한 잔 털어 넣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반 병 먹으니 딱 좋아서 더 입에 대지 않았다. 12,500원이 나왔는데 아주머니는 500원을 받지 않았다. 소주잔의 양념 때문이었지도. 음식은… 1년에 한 번 정도 가면 딱 좋을 정서적인 맛이었다.

 by bluexmas | 2013/07/12 02:09 | Taste | 트랙백 | 덧글(3)

 Commented by 애쉬 at 2013/07/12 02:19 

애증의 사이를 방황하시군요….비 때문이려나? ^-^

방산 시장 건너편 중부시장에는 건어물이 많아 구경하기 좋더군요… 통짜 대구포 같은건 사보고 싶기도하데…뒷감당이 안될거 같아서 번번히 털고 일어섭니다.

 Commented by 번사이드 at 2013/07/12 02:32 

장수보쌈이군요. 밥은 많이 먹으라고 계속 퍼주는데, 썰어놓은 고추가 시커멓게 변색된 걸 본 적 있어서.. 지금 기준에선 위생과 접객이 따라오지않아 아주 가끔 기념식하는 정도 가게죠..

 Commented at 2013/07/14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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