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탕수
‘아싸 불타는 금요일 탕수육 한 그릇 먹고 놀러…’ 면 얼마냐 좋겠느냐만, 오늘은 열받아서 불금이었다. 일이 잘 안되는 거야 내가 미욱한 탓이니 그렇다 쳐도,
1. 책이 한 권 택배로 배달 예정이었는데 하루 종일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여섯 시가 다 되어서야 ‘안 계셔서 소화전에 넣어놓고 갑니다’라는 문자를 받았다. 읭? 하루 종일 집에 있었는데 전화도 없었고 초인종도 안 눌렀다. 게다가 웬 소화전? 동마다 택배 보관실이 있어 장부에 써놓고 가야만 한다. 알아보려 전화를 걸어 몇 번만에 닿은 택배 기사는 두 가지 모두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 귀찮지만 조목조목 반박해주니 시간 아끼려고 그냥 놓고 문자 보낸 것임을 실토. 사람이 없다고 거짓말 하는 건 봐줄 수 있지만 소화전에 쑤셔놓고 가는 건 참아주기 어렵다. 택배기사가 박봉에, 특히 이 더운 여름에 힘들게 일하는 건 안다. 하지만 거짓말을 두 가지나 할 필요까지는 없다. 하다못해 경비실에만이라도 고이 두고 갔다면(확인하러 갔었다) 전화까지 거는 수고는 귀찮아서라도 하지 않았다.
2. 어느 중국집에 가려고 전화를 걸어봤다. 마지막 주문이 8시 반이라는데 말하는 분위기는 ‘귀찮으니 대개 8시 좀 넘으면 자르지’였다. 일찍 갈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물어보니 토요일에는 점심만 하고, 일요일에는 “애들이랑 함께 있어야”해서 닫는단다. 닫는거야 자기들 마음인데 굳이 내가 애들이랑 함께 있어야 하는지, 아니면 고양이 생식 차려 줘야 하는지 알아야 할 건 아니다. 장사하는 사람이 손님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고 말하면 기분 나쁘다. 마음이 언제나 콩밭에 가 있으면 제대로 안할 거라는 생각이 드니까. 심사가 뒤틀렸다. 그래서 그냥 내가 해먹기로 했다.
마침 재료가 모두 집에 있었다. 돈까스를 한꺼번에 만들어 놓으려고 안심을 1kg 넘게 사와 소금에 절여 놓았고, 무려 파슬리마저도 쓰다 남은게 있었다. <여경옥의 중국요리>를 참고만 해서 조금 다르게 만들었다. 튀김옷은 물녹말+계란의 조합이었으나 무거울게 뻔하니 아이스크림 만들고 언제나 남는 흰자를 절반 정도 머랭으로 올려 고기에 녹말을 묻혀 입혔다. 좀 많이 부풀어 튀김이 서로 달라붙는 불상사가 벌어졌지만 그래도 꽤 가볍다. 한편 소스는 고기가 150g일때 동량의 물에 설탕, 케첩이 각각 45씩. 결국 설탕과 액상과당을 합쳐 한 60g 정도 넣는 셈이다. 설탕만 10g 정도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췄다. 짜장은 좀 그렇고 짬뽕이라도 끓여야 되나 싶었는데 해산물이 없어서 참았다. 방산에서 부러 산 튀김 온도계가 어째 잘 안 맞는 것 같다.
# by bluexmas | 2013/07/06 02:01 | Taste | 트랙백 | 덧글(6)
2. 저는 날씨가 날씨라 집에서 튀김할 엄두가 안나던데 대단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