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트밀 이해하기
얼마 전, 신세계 식품매장에서 햇반처럼 처리한 오트밀이 있길래 신기해서 사다 먹어보았다. 정말 햇반처럼 똑같이 뚜껑만 따서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바로 먹을 수 있다. 이게 특히 신기했던 이유는 조리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steel cut이기 때문. 따져보면 보리와 거의 비슷하게, 귀리(라고 부르면 왠지 노새 여물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오트밀’이라고 말하면 스코틀랜드 정통 냄새가 나고?;)도 잘 안 익는다. 그래서 ‘할맥’이니 ‘압맥’이니 하는 것처럼 오트밀도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미리 쪄서 가공한다.
‘스틸컷’은 알갱이를 탈곡해서 그대로 조각낸 것이다. 부피가 살아 있어 익히면 특유의 쫀득한, 기분 좋은 씹는 맛이 살아 있고 곡식 특유의 맛 또한 잘 느낄 수 있지만 조리에 최소 몇십 분이 걸린다. 요즘은 전날 밤 불렸다가 조리해 시간을 많이 절약하는 레시피가 나오지만, 그나마도 수고는 좀 해야 한다. 바쁜 아침에 먹기에는 다소 번거로운 편. 이 회사의 제품이 전통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고, 우리나라의 딘앤딜루카 매장에서도 파는데 선뜻 집어들만큼 싸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 다음으로 가공을 한 것이 누른 귀리(Rolled Oats)다. 쪄서 납작하게 누른 건데 썩 맛있지는 않다. 그래도 이게 즉석 귀리(Quick Oats)보다는 훨씬 낫다. ‘퀘이커’ 상표로 많이 알고 있는 즉석 귀리는 누르다 못해 빻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알갱이가 부서져 있다. 물만 부어서 먹을 수 있는 제품도 많은데 공들이지 않고 맛있는 음식 만들기가 쉽지 않듯, 곡식 특유의 맛은 느끼기 어렵고 풀죽이나 여물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전라도에서 재배한 국산 제품이 있는데 완전히 빻아서 별 맛이 없는데다가 내용물에 비해 큰, 센스 없는 육각 상자에 담아 팔아서 이 또한 선뜻 사먹을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가격도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맨 위 사진의 오트밀은 꽤 맛있어서 또 사먹을 심산으로 다시 들렀을때 찾아보니 이미 다 나가고 없었다. 매일에서 수입한 것이길래 정말 별 거 다 한다는 생각을 했다.
# by bluexmas | 2013/06/14 16:19 | Taste | 트랙백 | 덧글(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