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앞] 쉐즈롤-간판보다 너무 멀쩡한 롤케이크
롤케이크를 딱히 좋아하는 건 아닌데, 치아바타처럼 구멍 숭숭 뚫린 오텔두스 롤케이크에 황당함을 금치 못한 김에 홍대앞의 <쉐즈롤>에 가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초등 분위기 물씬 풍기는 간판 때문에 품었던 선입견보다 훨씬 훌륭한 케이크가 나와 당황했다. 귀찮아서 링크조차 클릭하기 싫을 분들을 위해 사진을 아래 다시 올린다. 기공도 기공이지만 크림의 양이나 말아놓은 매무새가 너무 차이 난다. 심지어 케이크의 색이 진하게 난 부분과 속살, 하얀색 크림 사이의 색깔 조화도 좋다. 3,500원이니 고작 500원 더 비싸다는 걸 감안하면 고민할 여지가 전혀 없다. 원래 케이크는 눈으로도 먹는 음식이고, 그를 위해서 만드는 이의 기술에도 돈을 치른다.
물론 맛도 훨씬 낫다. 이런 롤케이크라면 일본풍의 맛을 떠올리게 되는데, 보통 그렇게 여기는 것보다 단맛이 조금 더 강하다. 대부분의 케이크가 너무 안 달다는 것을 감안할때 적당한 수준이다. 케이크에 ‘쫀득하다’는 형용사는 확실히 칭찬은 아닌데 아주 살짝 탄력/저항이 있는 편. 아무래도 입자가 조밀해서 그런 듯. 촉촉함이 떨어지지 않으며, 크림과 함께 먹으면 균형이 맞는다.
두 쪽 다 싸오려다가 한 쪽은 먹고 녹차 케이크는 싸왔는데, 이건 팥 때문인가 ‘플레인’보다 살짝 더 달다. 한편 바로 그 팥은 한 군데 몰아넣은 설정이나 그걸 감안한 삶은 정도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팥을 삶아보면 익힌 정도와 껍질의 처리가 함께 간다. 심이 적당히 살아서 씹히게 삶으면 껍질을 두는게 식감에 어울리지만,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게 삶으면 껍질이 질겅질겅 씹혀 방해가 되니 차라리 거피해버리는 게 낫다. 여기 든 팥의 삶은 정도는 후자여서 크림의 부드러움에 껍질이 반하는 느낌이었다. 차라리 조금 덜 삶고 식감의 대조를 준다는 설정으로 크림 전체에 조금씩 나눠 넣으면 어떨까 싶었다.
어쨌든 만족스러웠는데, 간판이랑 분위기는 바로 옆옆옆집인 수아브에 “컨설턴팅” 좀 했으면 좋겠다. 홍대엔 간판이랑 인테리어만 그럴싸하고 음식은 엉터리인 곳이 많아서 그와 반대면 적응이 안된다.
# by bluexmas | 2013/06/12 10:37 | Taste | 트랙백 | 덧글(11)
일본 유후인 온천의 B-speak 롤케익이 생각나서 먹는 내내 행복했거든요. ^^;
딸기 시즌에는 딸기 롤케익도 나오는 모양인데 그때 맛을 못 봐서 아쉬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