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마마스-납득가능한 샐러드

어제 시청옆을 지나가다가 줄이 없길래 잽싸게 들어가 라코타 리코타 샐러드(11,500)를 먹어보았다. 궁금했는데 어딜 가나 줄이 길어 엄두를 못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프랜차이즈라는 것을 감안할때 납득가능하다 못해 훌륭한 수준이었다.

이 샐러드라는게, 곰곰이 뜯어보면 맛이 없기가 어려운 조합이다. 두터운데다가 짭짤한 치즈덩어리(다소 뻑뻑한 무스의 질감: 리코타보다는 크림치즈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가 멍석을 깔아주고 견과와 건과류가 각각 고소함과 단맛을, 채소가 쌉쌀함을 보탠다. 치즈만 한꺼번에 만들어 놓는다면 주문과 동시에 재료를 조합해 내기만 하면 되니 손도 별로 가지 않는다. 관건은 결국 재료의 수준인데, 이 또한 납득할만한 수준이었다. 샐러드다보니 채소의 질에서 음식의 수준이 갈리는데, 싱싱해보여도 맛없는 채소가 널렸다는 걸 감안할때 딱히 불만스러운 구석이 없었다. 물기만 조금 더 걷어내준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전날 밤에 씻어서 물기를 없앤뒤 플라스틱 용기 등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면 남은 물기가 가신다).

괜찮은 수준이지만 개선의 여지는 물론 있다. 샐러드라 하기에는 드레싱의 부재가 눈에 띈다. 종지에 따로 내주는 것이 샐러드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빵을 위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채소를 미리 버무린 뒤 그 위에 치즈를 얹어 낸다면 전체의 맛이 훨씬 더 잘 어우러질 뿐더러, 드레싱 또한 내주는 것의 절반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이대로라면 치즈 덩어리에 야채를 곁들여 먹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색깔을 보아하니 발사믹 같은데 지나치게 기계적인 조합이다. 단맛이 신맛보다 훨씬 두드러지므로 어울린다고 보기 어렵다. 그보다 산도가 높은 포도주 바탕 식초나, 손쉬운 레몬즙인 편이 더 잘 어울린다. 한편 빵은 완전히 다른 종류여야 한다. 기름도 좀 들어간 것 같은, 겉과 속이 구분 안가도록 질긴 롤(또는 ‘호기’류의 이탈리안)을 주는데 그보다는 물로만 반죽하고 겉은 바삭한 ‘깡빠뉴’ 종류가 두텁고 뻑뻑한 치즈와는 훨씬 더 잘 어울릴 것이다. 이왕이면 방울토마토도 반 썰어서 냈으면 먹는데는 물론 그림도 더 나올 것이라 믿는다. 샐러드만큼이나 인기메뉴라는 청포도 주스도 먹을만했는데, 레몬즙 한두 방울로 신맛을 보태면 보다 더 나을 것이다.

어쨌든 이만하면 만족할만한 수준이고, 누군지 몰라도 머리 잘 썼다는 생각을 했다.

 by bluexmas | 2013/06/03 15:29 | Taste | 트랙백 | 덧글(5)

 Commented at 2013/06/0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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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ed by znee at 2013/06/03 17:49 

저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다만 이름이 리코타 치즈인데 저는 이 치즈가 리코타 치즈(커티즈)인지 커드 치즈인지 궁금합니다.

글을 보니 크림치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Commented by 날다람 at 2013/06/03 20:41 

가격에 비교해도 그렇고 맛있었어요. 시청점이라면 청계근처 말씀하시는 거 맞죠? 저도 예전에 그곳에서 먹었었는데 오전에 갔는데도 한 40분 기다렸었어요. 줄때문에 맘먹고 가야하는 음식점… 중앙일보 맞은편에 마마스 본점이란 곳이 있더라구요. 규모는 더 작아요.

 Commented by deure at 2013/06/03 23:28 

문득 지나다가 생각이 나서.. 음식이라면 뭐든 그렇겠지만 빵이나 소스나 그런건 각자의 취향이 크게 반영되는것 같습니다. 저는 폭신한 지금의 빵도 좋고 소스도 따로 내주는 편이 좋습니다 (물론 다른 소스를 바라는게 있긴 하지만요) 이유인즉슨.. 버무리해주는 곳은 짜거나 싱겁거나 둘중 하나인듯 싶어요. 미리 버무리한곳에서 된통 당한적이 있으므로…자기가 평소 먹던 염도(?)를 자율적으로 맞추는것이 나을듯합니다.

 Commented at 2013/06/05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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