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19/13] Sigur Ros 서울 공연
어디에선가 시규어 로스가 ‘”텍스쳐” 위주의 밴드다’라는 이야기를 주워들었다. 진짜 그런가? 물론 앰비언트적인 요소도 자욱하지만 그걸 까보면 진짜 뿌리는 팝스런, 좋은 멜로디에 있지 않은가?
하여간 소문이 현실이 되어 내한공연을 한다기에 즉시 예매를 했다. 이로서 중학생 수준의 자랑질이 더 이상 의미를 지니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느 “작가(아직도 실명인지 필명인지 모른다. 얼마나 작가면 “작가”인가?)” 이야기다. 일본에서 공연을 보고 온 모양인데 글이 정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유치했다. 음악 글을 쓴다는데 내가 읽은 거의 모든 글이 덜 자란 소년이 ‘우와 내가 이런 공연을 보게 되다니 믿을 수 없어!!’라든지 ‘야 니들 이런이런 뮤지션 알아? 나는 안다? 그래서 백스테이지도 가봤어, 부럽지?’와 같은 분위기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런 걸 들어내어야 평론이고 뭐고가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싶은데…
이번 공연은 2008년 콜로라도 레드락 이후 두 번째다. 웬만하면 밴드의 공연은 한 번 이상 보지 않는데 그때 공연이 여러가지 이유로 왠지 못마땅하기도 했고, 위에서 말한 자랑질을 종식시키는데 일조도 하고 싶어 아무 망설임 없이 표를 샀다. F1 스탠딩 석에서 보았는데 이런 공연, 이런 곡들이 이런 시설에서 스탠딩으로 보기 적합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격정적인 연주를 품고는 있지만 대부분의 곡들 호흡이 길고 분위기가 궁극적으로는 정적이어서, 그냥 노천극장 잔디 구릉 같은데서 와인 마시면서 널부러져 보는 편이 훨씬 낫다는 생각이다. 사실 난 집에서도 이들의 노래를 들을때는 시체놀이를 한다.
밴드는 베일에 휩싸인채로 공연을 시작했는데, 바로 그 베일에 무대 뒤 벽 화면의 영상이 함께 비춰 마치 소리상자와도 같은 공간감을 연출했다. 서너곡쯤 연주했을때 막이 내려갔는데 그 뒤로는 무대 뒤 화면과 함께 무대 곳곳의 백열전구의 밝기가 주기적으로 변하며 분위기를 자아냈다. 연주곡 목록은 다음과 같다(출처는 여기).
1. Yfirborð
2. Ný Batterí
3. Vaka
4. Hrafntinna
5. Sæglópur
6. Svefn-g-englar
7. Varúð
8. Hoppípolla
9. Með Blóðnasir
10. Olsen Olsen
11. Kveikur
12. Festival
13. Brennisteinn
Encore:
1. Glósóli
2. Popplagið
덜렁 밴드만 연주했던 2008년 공연과는 달리 이번엔 각 현악 및 관악 세션 세 명씩에다가 기타 한 명까지 데려와 돈 쓴 보람을 선사해주었다. 공치사 길게 필요없이, 그냥 훌륭한 공연이었다.
*열심히 촬영하는 젊은이들 많던데 그럼 공연 즐기는데 방해가 되지는 않나? 스스로에게?
# by bluexmas | 2013/05/20 10:35 | Music | 트랙백 | 덧글(6)
비공개 덧글입니다.
비공개 답글입니다.
공연보며 촬영은………
뭐 공연을 즐기는방법은 사람마다 다른것 같더라구요 물론 저도 촬영을 합니다 근데 전 카메라를 안봐요 카메라 보면 공연을 못 보거든요 기록적 의미의 촬영이라 볼수있죠…..
뭐 공연을 꼭 음악을 좋아해서 가라는 법 있나요 사진찍으러 갈수도 있고 보고 자랑질 하러 갈수도 있고 잠자러 갈수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