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정] 빵꾸반점- 생생함 밑에 깔린 단점과 “음식 평론가”의 칭찬
거 어디에 스스로를 음식평론가라고 칭하는 “총내려”라는 빠와블로거님이 계시더라. 맛집을 고발하는 무슨 영화에서 보고 깜짝 놀랐다. 아니, 감독은 무슨 생각으로 저 사람의 목소리를 집어 넣었을까… 한 1년에 한 번 정도 어찌어찌해서 흘러들어갔다가 빵 터져 막 웃느라 일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요즘은 흘러서라도 안 들어가려고 한다. 먹고 찍은 사진에 ‘스테이크 타르타르, 우리나라로 치면 육회입니다’ 정도로 음식 평론가가 될 수 있다면 매일 영화 보는 걸로, 1주일에 한 장씩 음반 모으는 걸로 각각 영화와 음악 평론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소비와 소비를 바탕으로 한 평가 사이의 간극은 크다. 그걸 모르니까 ‘이 버터는 질 좋은 마가린이랑 비슷하네요’라는, 안해도 될 이야기를 하게 된다. 또한 ‘이 집은 팔아줘야 됩니다’라는 식으로 소비를 촉진하는게 평론가의 역할이 아니다. 무슨 홍보대사냐?
좌우지간, 홍대에 내가 아는 것만 두 군데의 중국 음식점이 생겼는데, 그 한 군데인 빵꾸반점이 그 자칭 음식평론가님이 극찬을 했다고 들었다. ‘오 그래서 음식평론가님 극찬의 이유가 궁금하니 가볼까?’라는 생각은 아니었다. 그 반대로 가야 되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그 집이 그 집이라는 걸 기억하게 되었다.
출입구에 열린 주방을 놓고 조리하는 걸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이 생생함은 물론 장점이지만, 모든 장점을 가려주지 않는다. 완전히 개방했으니 빼도박도 못하고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음식이 저절로 맛있게 나오는 건 아니다. 하여간 배추탕수육(16,000)과 오향삼겹살찜(동파육, 22,000), 볶음짜장(8,000)을 주문했다.
대부분 중국집 탕수육은 공통적인 문제 몇 가지를 지니고 있다.
1. 단맛 위주의 소스: 뭐 탕수육이 원래 그렇지 않느냐? 라고 말하면 할 말은 없지만 디저트처럼 단 건 좀?
2. 바로 그 소스에만 몰린 간: 고기와 튀김옷에 간을 잘 하지 않는다. 튀김옷에 간을 안하는 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주문마다 튀김옷을 새로 만드는 건 불가능하고 바라지도 않으니 일정량을 미리 만들어 재료에 입힐텐데, 전분에 물을 섞어 계속 휘저으면 글루텐이 생겨 튀김옷이 점점 끈적해진다. 여기에 소금까지 넣으면 글루텐에 힘을 실어준다. 하지만 고기에까지 간을 하지 않는 건 좀 이해하기 어렵다. 게다가 이 탕수육의 고기는 굉장히 크다. 이런 튀김을 짠 것도 아닌, 단맛의 소스와 함께 먹는다. 곧 질린다. 간장? 짠맛보다는 향을 즐기기 위한 것이다. 게다가 재료에 어우러지는 간도 아닌, 입 안에서 섞는 짠맛이다. 차원이 다르다.
이 두 가지 문제는 너무 널리 퍼져있어 웬만하면 신경쓰지 않는다. 하지만 그 외에도 이 탕수육은 몇 가지 단점을 더 지니고 있었다. 핵심은 튀김이니까 그것부터 짚어보자. 살코기를 어른 손가락 하나에서 하나 반 정도로 썰어서 튀겼다. 튀김옷이 얇지도 않고 색을 보아 오래 튀긴 것도 아닌데 (간이 안 된) 고기는 많이 익어 퍽퍽했다. 원래 대부분 중국집 수준이기는 한데 튀김옷의 두께와 색을 감안할때 과연 그냥 날고기에 옷을 입혀서 튀겼을때 이렇게까지 많이 익을 수 있을까 궁금했다.
그 다음은 이 탕수육에 ‘개성’을 불어넣었다는 배추.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자. 그냥 아무 의미도 없다. 의미를 지니려면 생으로 그냥 툭툭 썰어서 넣기 전에 좀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소스를 붓느니 찍느니, 말도 안되는 이야기로 트위터의 타임라인이 시끄러울때도 그렇게 생각했다. 굳이 바삭하게 튀겨놓고 소스를 더하는 건, 대신 전체의 어우러짐을 얻기 위해서라고. 그럼 전체적으로 살짝 부드러워지는데, 거기에 굳이 지나치게 아삭거리는 생배추를 더할 필요가 있을까? 그 아삭거림이 튀김에 소스를 더했을때의 누그러짐과 보조를 맞출수 있을만큼만 배추를 웍에 볶는다면 전체적인 식감은 물론 맛 또한 훨씬 나아지지 않을까? 단맛을 증폭시키는 파인애플은 통과. 이 정도면 정말 디저트 수준이었다. 아, 이 집의 유린기를 놓고 평론가 님께서는 ‘튀김옷은 찹쌀 아닌 전분으로만 튀겼다. 쫄깃하니 좋다’라시던데 원래 전분은 쫄깃한 거고, 거기에 튀김옷이 좀 뭉쳐서 더 쫄깃한 것이니 장점은 아닌 것 같은데… 튀김옷은 가급적 얇고 바삭해야 한다. 쫄깃은 다른 음식에서 찾아야지 왜 튀김, 그것도 옷에서 찾으시는지…
특선이라는 오향삼겹살찜. 셋 가운데 가장 나았다. 목란의 동파육이 살살 녹는다고 난린데 수비드로 조리해도 그렇고, 삼겹살은 오히려 형태를 지켜 줄줄 녹지 않는 편이 더 낫다. 이 삼겹살이 그랬다. 한편 청경채는 썩 잘 데치지 않은데다가 간이 하나도 되어 있지 않았다. 음식의 간을 흐리지 않으려면 데쳐서 물에 헹군 다음 키친 타월 등으로 살짝 눌러서 물기를 없애줘야 되는데…
마지막으로 볶음짜장. 이건 거의 먹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일단 볶음이 아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는 <칸타타>에 가면 토마토 소스가 일반 짜장 소스 수준으로 묽은데, 이 “볶음”짜장의 소스도 그러했다. 게다가 갓 내온 건 좋지만 너무 뜨거워 면을 입에 넣으면 입천장이 델락말락한 가운데 면은 꽤 단단-요즘 먹었던 어느 중국집보다도 더-해 씹기도 쉽지 않았다. 탕수육 만큼은 아니어도 여느 짜장집의 그것만큼이거나 그보다 조금 더 단 소스에서는 춘장의 맛이 별로 나지 않았고, 그 안에 든 그 ‘칼라마리 어묵’으로 추측하는 스폰지 식감의 이상한 건더기와 홍합(소금간 된 냉동이었는지 이것에서만 짠맛이 유독 두드러졌다. 이 식당의 평균치 훨씬 이상) 등은 구색맞추기용이었다. 이 소스를 자칭 음식평론가님께서는 괜찮다며 맛있게 드셨다던데 뭐가 괜찮은지 난 잘 모르겠다. 오히려 동네 중국집 짜장보다 못한 맛과 조리상태였다.
눈 앞의 열린 주방에서 주문과 동시에 바로 내는 것, 그 수고를 높이 사지만 맛의 문을 열어주는 만능 열쇠는 될 수 없다. 기술적인 부분도 그렇고, 설사 최고의 컨디션에서 조리했다고 해도 설정해놓은 맛(flavor profile) 자체도 동의하기 어려웠다. 거기에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 걸 그냥 내오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그 생생함은 어떤 측면에서 단점으로 작용한다. 물론 온도 개념이 없는 대부분의 손님이 ‘아니 음식 다 됐는데 왜 안 내오고 거기 둬요?’라고 항의할 가능성이 있어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음식이 너무 뜨겁게 나온다.
결론은 그렇다. 깔끔하게 조리한다. 하지만 그걸 들추면 단점이 드러난다. 그리고 그 단점은 나로 하여금 이 집을 아주 평범한 여느 중국집과 크게 구분짓지 못하게 만든다. 따라서 부러 찾아갈 정도는 아니다. 법석 떨만한 수준은 더더욱 아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이동통신 기기를 만드는 기술에도 덤덤하고 비싼 외제차며 명품 가방에도 그런가보다 하는 사람들이 그 정도 수준의 완성도가 아닌 수준의 음식에 난리치는 걸 보면 대체 음식, 특히 사먹는 것들에 어떤 기준을 두고 있는지 참 궁금하다. 우리는 돈을 내고 그 대가로 음식(과 서비스)를 받는 거지 만드는 사람에게 사정사정해서 베풀어주는 걸 받고 감사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게 아니다.
*아, 그리고 짜장에 몰린 양파 뿌리 부분은 원래 그 부위를 알뜰하게 쓰기 위해서 넣는 것인가?
# by bluexmas | 2013/05/13 10:09 | Taste | 트랙백 | 덧글(18)
박정희 시대때 한국에서>일본이나 미국 SF쪽으로 건너간 화교중국집 탕수육은 배추를 같이 볶는데가 꽤 있다 들었습니다. 역시 같이 볶아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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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부류 분들 모두 즐거운(?) 결과물을 만들어 내십니다. 적어도 제게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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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시절 지저분해보여서 잘라냈다가 욕 바가지로 먹은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