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앞] Grill 5 Taco- 떨어지는 세부 사항의 나열

좋은 재료로 잘 만들겠다는 생각은 있는 것 같아서 큰 그림은 마음에 들었지만 그렇지 않았던 세부사항에 대해서 늘어놓겠다. 가고 싶지 않도록 만드는 것부터 대세에 지장 없는 것 순.

1. 지나치게 시끄러운 음악: 음식 맛도 아니고 음악 때문에 다시 가고 싶지 않다고? 안타깝게도 그렇다. 클럽에 맞는 음악이 클럽에 맞는 음량으로 나온다. 탁자를 닦으러 온 점원에게 ‘음악이 너무 크지 않나요?’라고 물어보자 ‘저희가 원래 음악을 크게 틉니다’라고 대답했다. 나는 여기에 타코를 먹으러 갔지, 춤추러 간게 아니다.

2. 단맛 중심: 나의 기준에서 지나치게 달다. 사먹는 음식에서 거의 평균적으로 느낄 수 있는 수준의 단맛. 짠맛 두드러지는 음식과 단맛 두드러지는 탄산음료의 조합이면 균형이 맞을텐데 음식도 달고 음료도 마찬가지면 대개 질려서 더 많이 먹지 못한다.

3. 긴 준비시간: 타코, 부리토와 같이 미국화된 멕시코 음식은 부정적이지 않은 의미에서 패스트푸드가 될 수 있다. 미리 모든 재료를 준비해서 주문하고 계산하는 동안 만들어 손님에게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살던 동네에서 일주일에 한두 번씩 가던 곳도 주문을 하고 그 1m 앞에서 계산하는 사이에 음식을 준비해준다. 3~4분 이상 걸리지 않는다. 너무 오래 기다렸다 싶어 물어보니 보통 15분이 걸린다고 하던데, 손님이 북적거리지 않는 상황에서 그보다 더 오래 기다린 것 같다. 혹 단백질을 주문과 동시에 익히면 그럴 수도 있는데 시킨 닭고기나 갈빗살 모두 굽기보다 조림에 가까운 것으로 보였고, 온기랄지 상태도 갓 조리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물론 조리한지 오래되거나 해서 신선함이 떨어지는 느낌은 아니었다). 혹시 주문과 동시에 토티야를 눌러서 만들어주나 싶었지만 그것도 아니라고 했다(그걸 바라지도 않고).

4. 다소 단단한 단백질: 단맛과 비슷하게 우리나라 전체에서 볼 수 있는 경향이다. 파히타라면 직화에 구워 먹을 수 있는 부위를 쓰는 경우도 있지만 타코라면 주로 오래 푹, 조림(braising)처럼 익혀야만 부드러워지는 부위를 쓴다. 갈빗살(소)와 다릿살(닭)이라면 오랜 조리에도 잘 단단해지지 않는 부위다. 그러나 단단했다.

5. 살짝 찐득하고 마른 토티야: ‘우리 쌀과 밀로 만들어 안전하다’라고 홍보하던데 우리밀까지는 그렇고, 굳이 쌀을 쓸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밀로 만든 것보다 탄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단지 ‘우리 쌀을 쓴다’라는 이유 말고 맛이나 식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잘 모르겠다. 밀가루 또는 옥수수가루로 만드는 또띠야에는 라드 등의 지방으로 부드러움을 더하고 베이킹 소다 등으로 부풀린다. 반죽을 빚어 누르거나 밀대로 밀어 납작하게 만든 뒤 불에 구워 익힌다. 보통 타코(soft shell일 경우)를 위해서는 증기를 쐬어 부드럽게 만들고(대개 이런기계를 쓴다), 퀘사디야는 속을 채운뒤 반으로 접어 번철이나 그릴에 바삭하게 굽는다. 사진의 타코를 위한 토티야는 마무리를 불에 구워서 했는지 다소 마르고 뻣뻣한 느낌이었다. 튀긴 ‘hard shell(타코 벨에서 파는 것과 같은)’이라면 당연히 바삭함을 살리지만 이 경우는 부드러움을 살리는게 맞다.

6. 온도: 따로 시킨 과카몰레(1,000원)은 잘 만들었으나 너무 차가웠다. 거의 셔베트 수준. 이가 시렸다. 주문 받고 음식 나오는 시간 동안만이라도 꺼내 놓았다면 냉기가 조금은 가시지 않았을까?

타코 두 개에 칠천원이 넘으니 싼 가격은 아니지만, 음식의 수준을 감안한다면 불합리하지 않다. 지나친 단맛은 분명 매장에서 추구하는 flavor profile이 있을테니 그렇다쳐도, 몇몇 세부사항은 조정해준다면 훨씬 더 좋은 음식이 되리라 믿는다.

 by bluexmas | 2013/05/02 12:21 | Taste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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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ed at 2013/05/13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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