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파운드 케이크
요즘 널린 배꼽 오렌지(Navel Orange)를 과육은 물론 껍질까지 잘 써먹고 있다. 과육은 물론 먹고, 껍질은 냉동보관했다가 세 번 데친 뒤 설탕과 물엿에 조린다. 말려 설탕에 굴리거나 초콜릿을 입히거나, 그도 귀찮으면 그냥 뒀다가 먹는다. 껍질 잘 벗겨내는 방법을 몰랐는데, 인터넷을 찾아보니 너무 간단해서 허망할 지경이었다. 껍질이 많이 남으니 제스트를 내서는 간만에 파운드 케이크도 구웠다. 늘 기본을 기본처럼 따르는게 더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파운드 케이크도 마찬가지다. 베이킹파우더나 소다를 넣지 않고 가운데가 잘 부풀어오르도록 만드는 건 은근히 어렵다. 관건은 버터의 온도다. 믹서에 돌리면 온도가 올라가므로, 섭씨 15도 안팎으로 좀 차가운 버터를 크리밍하는게 좋단다.
다 구운 다음에는 껍질을 조리고 남은 시럽을 발라주었다. 꽤 많아 시럽의 처치가 약간 곤란하다. 계피를 넣고 조렸더니 향이 좋아 버리기는 아깝다. 공동체적 느낌이 나는 동네 같은데 산다면 옆집에도 나눠 주고 그럴텐데 옆집은 누군지 얼굴도 잘 모르고, 그 옆집은 애들이 복도에서 스카이씽씽 따위를 타고 우리집 앞까지 굴러온다거나, 이런 동네에서 보기 드문 프리우스 같은 차를 공간이 넉넉할때도 아무데나 막 대놓아서 미워한다. 그냥 나 혼자 먹고 살쪄야 되겠다. 바로 그 시럽을 바닥에 깔고 오렌지 껍질 조린 것과 생 오렌지를 케이크와 함께 담았다.
더 잘 어울리려면 오렌지는 좀 조리는게 좋고, 케이크는 일부를 구워 바삭하게 만들어 뿌려주면 더 좋을 것이다. 물론 귀찮아서 하지는 않는다. 빛이 참으로 거지같이 드는 이 집도 이제 보름이면 안녕이다.
# by bluexmas | 2013/04/02 18:54 | Taste | 트랙백 | 덧글(4)
항상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어쩜 그리도 논점을 딱딱 짚어서 쓰시는지 항상 감탄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