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프렌치 토스트를 위한 세부사항
프랑스에서는 프렌치 토스트를 ‘Pain Perdu’, 즉 상한 (못 먹는) 빵이라고 일컫는다. 딱딱하게 굳어 못 먹게된 빵에 계란물(커스터드)를 발라 구우면 똻!하고 다시 부드러워진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굳이 못 먹게된 빵으로 프렌치 토스트를 만들 필요는 없다. 빵이 굳는 건 수분이 없어져서가 아니라 결정의 재배치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걸 전분의 노화라고 부르고, 밥이 굳는 것 또한 마찬가지 원리다. 따라서 수분이 없어졌다고 여기고 계란물을 발라 익히면 열에 의해 노화의 역전이 일어나고 그 결과 수분이 돌아오기 때문에 빵이 질척해진다. 따라서 프렌치 토스트는 애초에 못 먹는 빵이 아닌, 상태 멀쩡하고 맛있는 빵으로 만들어야 맛있다. 그 밖에 맛있는 프렌치 토스트를 위한 세부사항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빵을 잘 고른다: 조직이 촘촘하고 묵직한 빵이 커스터드를 빨아들여도 부스러지지 않는다. 바게트나 깡빠뉴처럼 기공이 큰 빵보다 식빵, 아니면 계란이나 버터를 넣어 반죽한 브리오슈, 할라 등이 제격이다.
2. 두툼하게 썬다: 1과 같은 이유. 미리 저민, 1cm 두께의 식빵은 커스터드에 담그면 곤죽이 되어버릴 확률이 높다. 덩어리로 사서 두툼하게, 1.5~2cm나 그 이상으로 썰어도 상관없다. 스테이크처럼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식감이 이상적이다.
3. 미리 굽는다: 수분을 아예 빵에서 없앨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토스터에 말린다는 기분으로, 겉이 바삭하지만 색은 나지 않을 정도로 굽는다.
4. 흰자를 뺀다: 흰자는 수분을 더해주므로 맛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2cm 두께로 썬 식빵 두 장에 계란 두 개를 쓴다. 우유나 크림, 또는 그 둘을 반반씩 섞어 100ml~원하는 만큼 더한다.
5. 커스터드에 너무 오래 담그지 않는다: 2cm라면 한 면당 20~30초만 담그면 된다. 빵을 들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워졌다면 fail. 적당히 담갔다가 구우면서 그 위에 살짝 끼얹어주는 방법도 있다.
6. 팬은 약한 불에 오래 달군다: 오믈렛은 센 불에 빨리 익히는게 좋던데 프렌치 토스트는 약한 불에 천천히 익히는 편이 계란이 뻣뻣해지지 않아 더 낫다. 약한 불에 팬을 올려 버터를 녹이고 10분 정도 달군다.
7. 향신료 등을 더한다: 바닐라, 계피, 오렌지나 레몬 제스트 등을 커스터드에 더하면 한결 더 맛있다. 딱히 신경 안 쓰지만 계란 비린내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냄새를 “잡는” 효과도 준다.
8. 소스를 더한다: 메이플 시럽은 기본. 오랑제트를 만들면서 나온 오렌지시럽(오렌지 껍질+설탕+물엿+물)을 졸여 끼얹었는데 이것도 나쁘지 않았다.
브런치랍시고 만원 넘게 받는 곳이라면 프렌치 토스트를 위한 빵 정도는 직접 구워 썰어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곳 없으리라는데 오백원 걸겠다. 피자, 파스타의 뒤를 이어 가장 망가진 음식이 아마 집합적인 개념에서의 브런치일듯. 애초에 아무 것도 아닌 걸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과정에서 더 아무 것도 아닌게 되어버렸다. 과유불급 또는 역효과.
# by bluexmas | 2013/03/27 18:07 | Taste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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