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간짜장
얼마전 춘천에서 진득하고 달지 않은 간짜장을 먹었다. 이름이 간짜장이지만 사실 특별할 것도 없었다. 건더기의 대부분이 양파였지만 잘 볶아 맛있었다. 그걸 먹고 집에서 간짜장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불에 아무리 웍을 오래 달군다고 해도 가정용 가스불의 출력은 약하므로 재료를 넣었을때 금방 온도를 회복하지 못한다. 따라서 불맛 나도록 모든 재료를 볶아서 만드는 건 별 의미가 없다. 게다가 밑바닥이 둥근 웍은 열이 닿는 면적이 좁으니 출력 높은 전용 화로가 있는 식당 주방에서는 좋지만 가정에서 쓰는 건 그만큼의 효과를 얻기가 어렵다. 최대한 상쇄하기 위해 뜨겁게 달구고 재료를 따로 볶으면 되기는 하지만 사실 그건 노력 과잉이다. 가정에서라면 바닥이 넓은 일반 팬이나 바닥이 납작한 웍과 일반 팬의 ‘하이브리드’가 낫다.
그래서 아예 서양식 스튜나 일반 짜장을 끓이듯 기본 맛은 오래 끓여 낸 다음 채소를 추가로 따로 볶아 마지막으로 더하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고기 기름을 충분히 낸 다음 춘장을 볶고, 채소를 넣은 다음 일단 푹 끓인다. 이것 또한 그냥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필요한 재료를 다 넣고 끓인다. 한편 양파나 기타 야채를 준비한 다음 짜장이 다 끓으면 기름에서 살짝 연기가 날 때까지 팬을 살짝 달궜다가 볶는다. 살짝 투명해지기 시작하면 끓인 짜장을 넣고 살짝 끓여 마무리한다. 면은 포장의 조리 정보보다 살짝 덜 삶아 물기를 빼 그릇에 담아두었다가 짜장을 끓일때 토렴 대신 전자레인지에 돌려 온도를 올린다. 먼 옛날 그냥 볶기만해서 짜장을 몇 번 만들었는데 그것보다는 맛이 좀 낫다.
청정원 짜장을 썼는데 전혀 달지 않아서 대부분의 중국집에서 먹는 짜장의 그 단맛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지 궁금해졌다.
# by bluexmas | 2013/03/11 11:02 | Taste | 트랙백 | 덧글(4)
양파를 오래 볶아서 단맛을 낼수도 있지만 그런 수고를 하더라도 설탕 넣은 단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의 입맛에는 감흥이 없다고도 하며 그런 수고를 줄이고 있다죠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