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허세에 바탕한 충동구매
어젯밤 자기 직전 아무 생각없이 떠오르는 제목으로 검색했다가 덜컥 책이 나오길래 ‘어머, 이건 사야 돼!’라며 바로 충동구매했다. 그런 책이 하필 이런 종류라면 나의 지적허세도 나름 충만한듯. 요즘은 뭐 지젝이라는 분이 유명하시다던데 먹고 살기 바빠 별로 관심없고, 그냥 대학시절에서 성장이 멈춰버린 지적허세 때문에 이런 책을 찾고 또 산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건데 언제 읽게 될지는 모른다. 정말 대학시절, ‘나는 건축 이론을 공부하는 학자가 될거야 뿌잉뿌잉’이라며 푸른 꿈을 안고 살던 그 시절에는 그 바닥에 있다면 누구나 최소한 이름은 들어보았을 발터 벤야민이니 뭐니 하는, 이젠 입에 담기도 왠지 미안한 책들을 많이 읽으려 애썼다. 그때 어디에선가 이 책의 존재를 주워듣고 그 절판되었다던 책을 찾아 헤맸으나 헛수고였으니, ‘아 그럼 이거라도…’라며 영역본을 사놓은지도 벌써 10년이 넘었지만 물론 아직까지 절대 읽지 않고 있다. 허세는 실행에 옮기지 않아야 허세답고 제맛이지, 어느 순간 죄책감에 빠져 진지해져서는 진짜 읽고 블로그에 인증 감상문 올리고 그러면 추해진다. 허세는 허세로 남을때 차라리 멋있다. 그냥 허세를 떨고 말자. 노력하지 말고. 나의 수준은 <말과 사물>을 사는 정도지 읽거나 이해하는게 아니다. 잘못 이해해서 대강 주워섬기는 것만큼 책 쓴이, 옮긴이에게 누를 끼치는 경우가 없다.
참, 모든 일이 그렇고 또 쓰고 옮기는게 그렇지만 이런 책은 사명감 없이는 제대로 옮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바닥의 무슨 책처럼 찢어 대학원생 맡기거나 세미나 자료로 쓰려고 다 같이 번역한 걸 자기 이름으로 내고 그러면 반칙 ‘ㅅ’
# by bluexmas | 2013/02/05 00:54 | Life | 트랙백 | 덧글(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