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 기념 가상 인터뷰
창밖 뉴욕 : 뉴요커 63인이 바라보는 다채로운 풍경 (The City Out of My Window)
마테오 페르콜리 저 / 이용재 역
마음산책
170쪽, 15,000원
문: 어떤 책인가?
답: 마테오 페르콜리라는 이탈리아 출신 건축/삽화가가 이사를 앞두고 자신의 뉴욕 아파트 창밖 풍경을 그림에 담는다. 거기에서 착안해 뉴욕에 오랫동안 산 사람들 예순 세 명의 창밖 풍경을 스케치로 담고, 그들의 설명을 곁들여 모은 책이다. 노라 에프론, 마리오 바탈리, 다니엘 리베스킨트, 리차드 마이어, 아담 요크 등 우리에게도 친숙한 ‘뉴요커’의 창밖 풍경과 이야기에 퓰리처상 수상자인 건축 평론가 폴 골드버거의 머릿말 또한 담겼다.
문: 어떤 경로로 번역을 맡게 되었나?
답: 일종의 ‘스트리트 캐스팅’이었다. 잘 가던 커피숍에 <완벽하지 않아>를 한 권 놓아두었는데 우연히 그걸 본 출판사 편집자가 수소문해 의뢰해왔다. 전공자로서 일종의 숙명이라고 생각하고 덥석 받아 옮겼다. 옮긴 제목 <창밖 뉴욕> 또한 그 편집자의 아이디어다. 아주 훌륭한 제목이고, 공을 돌린다.
문: 생각보다 번역이 어려웠다고 들었다.
답: 여러 가지 측면에서 그랬다. 차례만 봐도 알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뉴욕을 주무대 삼아 글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각자의 이야기는 짧지만 ‘내공’들이 있어 그런지 한 눈에 척 보고 옮길 수 있을만큼 만만한 문장들이 별로 없었다. 게다가 한 사람의 긴 이야기가 아닌, 예순 세 명의 짧은 이야기라는 점도 한 몫 거들었다. 나이 만큼이나 문장의 분위기나 사용하는 어휘가 다양해 그걸 옮기는데도 반영할 수 없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얼마나 실효가 있었는지는 솔직히 의문이지만 도움을 받기 위해 이들의 글, 관련기사, 영상 등을 찾아보았다.
한편 개인적인 감정 또한 한 몫 거들었다. 건축에 대한 글을 쓰거나 옮기면 실무를 하던 시절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라 괴로울 때가 있다. 게다가 이 책에는 스케치가 담겼다. 나는 스케치에 굉장한 애증이 있는 학생/실무자였다. 나는 스케치를 사랑했지만 스케치는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건축에 발은 들여 놓았지만 미술적인 재능은 전혀 없다시피했다. 내가 막 건축 공부를 시작했던 시절만 해도 3D 그래픽 같은 것들이 완전 대중화되지 않았던 시절이어서 ‘미술적 재능=건축적 스케치’라는 등식을 다들 지배적으로 적용했었다. 이 책에 나오는 정밀묘사 같은 스케치는 할 수 없을지 몰라도, 건축하는 사람이 당연히 갖춰야할 의사소통수단으로써의 스케치를 익히기 위해 애를 많이 썼던 시절이 있다. 군 제대 이후부터 실무를 그만 두던 시점까지 얇은 백지로 된 크로키북을 거의 언제나 가지고 다니며 플러스펜 등으로 선긋기 및 스케치 연습을 매일 했다. 아직도 실무를 한다면 아마 계속하고 있었을 것이다. 요즘도 생각이 나지만 게을러 잘하지 않는다. 책의 성격 때문인지 특히 막바지 작업하는 동안 그런 생각이 끊임없이 밀려와 괴로웠다.
문: 역자 후기도 만만치 않다고 들었다.
답: 처음 책을 받아들었을때부터 마음에 뚜렷하게 그리던게 있었다. 나는 뉴욕에 살았던 사람도 아니고 살고 싶었던 사람은 더더욱 아니지만 직업적인 이유라는 핑계를 대고 종종 갔었고, 미친듯이 골목골목 걸어 쏘다녀 비 뉴요커치고는 그럭저럭 도시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거기에 사람과 얽힌 기억도 있어, 나에게도 뉴욕이라는 도시의 기억은 다소 각별하다. 그때 머릿속의 그림은 좀 크고 복잡한 것이었는데 옮기면서 물어보니 보통 역자의 글은 열 장 정도로 받는다고 하여, 그에 맞춰 보다 더 단순하고 작은 그림을 준비하면 되겠다고 생각을 바꿨다. 물론 그런 결정을 내리는데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어려운 이 책의 성격 또한 한 몫 거들었다. 쟁쟁한 뉴요커 예순 세 명의 이야기에 그림도 기가 막힌데다가 머릿말은 퓰리처상을 받은 건축 평론가가 쓴 책이다. 딱히 기가 죽는다거나 주눅이 드는 건 아니지만 욕심을 잔뜩 부려 나까지 한껏 높인 목소리를 끼워넣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책을 마무리하면서 서서히 들었다. 그래서 열 장짜리 후기를 준비했는데, 사실 그것마저 위에서 말했던 그런 기억 등등이 의외로 사람을 괴롭혀 오랫동안 담고 있던 그림을 옮기는데 애를 먹었다.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를 했는데 그게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다뤄달라는 요청과 함께 되돌아왔다. 상황이 거기까지 갔다면 끝을 봐야 할 것 같아 한 열두 시간 정도 앉아 뜯어서 다시 썼다. 그래봐야 글써서 밥 먹고 산지 만 4년도 안되기는 했지만 이렇게 애먹으면서 쓴 글은 처음이다. 원래 그렇게 어렵게 쓸 글도 아니었고, 또 그렇게 쓴 글은 원래 마음에 잘 안드는데 잘 모르겠다. 글에는 언제나 개선의 여지가 있게 마련이고, 그게 사람을 미치게 만들지만… 읽는 사람에 판단을 맡기는 수 밖에 없겠다.
문: 옮긴 책이지만 인세 계약을 했다고 들었다.
답: 그렇다. 이런 이야기는 굳이 여기에 할 필요 없지만, 한 번이라도 초판을 다 팔아봤으면 좋겠다는 욕망에 이 다소 구차한 이야기마저 늘어놓는다. 옮긴이가 자기 손이 간 책을 ‘좋은 책이다’라고 말하는게 너무나도 뻔하지만 원래 좋은 책은 내가 손을 대기 이전에 벌써 훌륭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 책도 그렇고 따라서 이런 말을 늘어놓는게 딱히 부끄럽지 않다. 돈도 중요하지만 나에게는 아직도 좋은 일에 대한 욕심이 더 크다. 나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고, 같거나 비슷한 일을 시켰을때 ‘이 사람이 더 잘한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거라면 일하고 싶지 않다. 이 책도 그런 책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뿌듯하다.
한편 출판사에서도 책에 대한 배려를 많이 했다. 원래 표지가 정말 창틀을 닮은, 두꺼운 판지로 되어 있는데 그 또한 살려서 만들었다. 물론 나는 그런 부분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데 출판사로서는 어려운 결정이었으리라 생각한다. 가뜩이나 도서정가제 때문에 시끄러운 한가운데에 내 책이 나와서 좀 묘하지만 어쨌든 나의 목표는 한 사람이라도 이 책을 더 보는 것이다.
문: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한가?
답: 음식에 대한 책을 계속해서 쓰고 있다. 이 또한 생각보다 부담이 커서 애를 많이 먹고 있다. 때로 문장, 아니 단어 하나가 하루 종일 사람의 발목을 붙들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만드는 요즘이다. 이 책을 가능한 빨리 끝내야 다시 생활전선에 뛰어들 수 있어 마음이 굉장히 조급하다. 작년에 요리책도 한 권 번역했는데 아직 소식을 듣지 못하고 있다. 뭐 그렇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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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bluexmas | 2013/10/03 13:50 | Book | 트랙백 | 덧글(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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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용^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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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데 정말 딱 들어맞는 한국 어휘가
생각이 안나거나 비슷한 어휘가 너무나
많아서 미묘하게 달라지는 뉘앙스를
어떤걸 사용해서 표현해야하지- 하는
고민에 머리를 쥐어뜯고 바닥을 벅벅
긁게 되던 번역일인데, 한 권의 책을 모두
완성하셨다니 정말 대단하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