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만두의 끝
(정정: 처음 글을 올렸을때 20일이라고 썼는데 덧글에 의하면 22일이 맞다;;;)
12월 22일이 한남동 깡통만두의 마지막 영업일이라고 한다. 몇 군데에서 이야기를 들어 얼마 전 다녀왔다. 문을 닫는 이유에 대해서도 몇 군데에서 이야기를 들었는데, 건물주가 개보수를 해 카페를 열거라는 게 주된 이유인 듯.
단점(두꺼워서 때로 살짝 찐득한 느낌이 나는 만두피-특히 겹치는 부분-와 어쩔 수 없는 화학조미료-그래도 다시다는 아닌 듯-의 사용)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가격 대비 깔끔하고 성의있는 음식을 내놓는 곳이라 아쉽다.
마지막으로 먹고 나오면서 두 가지 생각을 했다. 첫 번째는 노동집약적인 우리 음식의 설자리. 만두는 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 천상 사람에게 기대야만 하는데, 그래도 기술 또는 숙련도가 필요한 음식이라 단가에 맞출 수 있을만큼 싸면서도 질 또한 동시에 만족시켜주는 노동력의 공급이 앞으로 얼마나 원활할지 그걸 잘 모르겠다. 게다가 ‘우리 음식’ 이므로 손이 많이 가는 김치 등등까지 내놓아야 한다는 걸 감안하면 이런 음식을 중간 정도의 가격대(1인당 7,8000원? 물론 그마저도 비싸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에 먹을 기회가 계속 줄어들 것만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두 번째는 미화, 또는 gentrification이다. 꽤 오랜만에 그 안쪽 골목까지 들어갔는데 주변이 모두 카페로 변한 것을 보고 살짝 놀랐다. 물론 카페 그 자체의 존재가 나쁜 건 아니지만 패션파이브나 꼼 데 갸르송 매장이 들어서고 그 몇 년 동안 주변 지역이 급속하게 변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비단 음식 뿐만 아니라 도시 자체가 다양한 표정을 계속해서 잃어가고만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서울과 같은 큰 도시의 매력은 각각의 요소가 다른 시간의 더께를 쓰고 다양하게 혼재 또는 공존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여기까지 써놓고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렇다고 말하기조차 망설여진다. 한 골목 안에 오래된 만두집과 세련된 카페 뭐 이런 것들이 함께 존재한다면 좋을텐데, 어째 그렇지 못한 또는 그럴 수 없는 현실을 아쉬워하는 것조차 감성이나 낭만에 쩐 사치같다는 느낌이 자꾸 든다.
15년도 더 전에 강남역의 엄마 만두가 문 닫은 뒤로, 만두집이 없어지는 걸 아쉬워하기도 참으로 오랜만이다.
# by bluexmas | 2012/12/20 14:44 | Taste | 트랙백 | 덧글(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