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슴맛 커피와 잡담
1. 요즘 굉장히 커피를 많이 볶아 판다는 어딘가에 가서 콩을 사왔다. 사람 대하는 태도가 커피하는걸 벼슬쯤으로 여기는 듯 하더라. 정작 사온 커피는 내려서 마시니 맛이 머슴 수준이데? 200g에 15,000원짜리 콩이 그래도 되나?
1-1. 도매상이시라 기계는 있어도 커피는 마실 수 없다 하여 콩만 사가지고 갈 길 가는데 고 바로 밑에 “11년 경력의 바리스타”가 콩을 볶는다는 집이 있길래 충동적으로 들어가 아메리카노를 마셨는데 딱 할리스 맛이 났다. 할리스에서 할리스맛 나면 안 억울한데 11년 경력의 바리스타 커피가 할리스맛 나면 억울하다. 하루 종일 커피를 안 마셨는데도 정말 딱 두 모금 마시니 더 이상 마실 수 없었다. 그냥 아무 맛이 안나는데, 웃기는 건 그 집 물은 꼭 신경써서 필터로 걸러낸 맛이 났다는 것. 물보다 못한 커피를 파는 상황은 대체 뭘까?
1-2. 보니까 팬케이크를 구워서 내던데 색깔 잘 나게 잘 굽더라. 팬케이크바리스탄가봐. 요즘 뭐 사케소믈리에 이런 것도 있으니까 팬케이크바리스타도 말 된다. “구조적인 바디감이 뚜렷한 미국 남부 박력분과 구수한 향미가 돋보이시는 호주산 유기농 강력분의 조합이…”
2. 건방지게 “모던 한식”씩이나 하는 레스토랑에 예약도 안하고 기어갔다가 만석이시라고 해서 몰라봐서 죄송하다고 공손히 인사하고 다음을 기약했다.
2-1. 그 집에 관련된 기사에 “모던 한식” 집이라면서 늘어놓은 집 가운데 스팸 구워 파는 홍대 모 식당이 굉장히 얼척없이 끼어있더라. ‘잘 구운 스팸에 흰쌀밥 한 그릇 뚝딱’한다고 쳐도 스팸이 한식은 아니잖아?
3. 어쨌든 뭔가 먹어야 하니까 근처 어딘가를 꾸역꾸역 찾아서 갔는데 거기는 분위기부터 맛까지 딱 업그레이드한 패밀리 레스토랑 맛이 났다. 모든게 다 지나치게 달았다.
3-1. 제발 나이트 삐끼들처럼 귀에 ‘레시바’ 꽂고 이야기 좀 안 했으면 좋겠다.
4. 덧글 같은 걸 통해 뭔가 항의가 들어오면 꼭 다시 가서 먹어본다. 내가 잘못 파악한게 있나 싶어서. ‘프렌치버터린’ 박스가 손님 눈에 버젓이 보이는 곳에 놓여 있는데 어찌하오리까?
# by bluexmas | 2012/11/16 01:04 | Life | 트랙백 | 덧글(10)
스팸도 전통 요리의 범주에 넣어…(퍽~!!)
=3=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