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붕은 눈덩이처럼 잡담
1. 어느 중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거의 다 먹었을때쯤 들어온 60대쯤의 부부가 “짜장면 짜지 않게” 해달라고 주문하는 광경을 보았다. 웃기는건 그렇게 해달라 요구하는게 부탁을 해서 미안하다기 보다 ‘아 우리는 이렇게 먹지’라는 식으로 좀 자랑스러워하는 듯한 분위기를 풍겼달까? 나는 오히려 요식업에 종사하는 사람도 아니니 오히려 더 편하게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분들은 차라리 외식을 안했으면 좋겠다. 아니면 최소한 중국집에 오지 말던가. 음식의 근원을 생각할때 중식도 소금간이 어느 정도 되지 않으면 오히려 먹기가 더 어렵다. 대만출신 화교의 중국 음식이 대체적으로 싱거운 편인데 오히려 더 느끼하다. 개인적으로는 음식 고유의 속성 자체를 거스르면서까지 요구해야될 정도라면 차라리 찾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만드는 사람도 제대로 못만들고 먹는 사람도 사실 맛있게 먹기 어렵다. 네이버 아줌마들이 ‘달아서 설탕을 뺐는데 그래도 상관없어요 맛있어요’라며 벽돌같은 머핀을 만드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름없는 짜장면은 짜장면 아니듯 소금 안 넣는 짜장면도 짜장면이 될 수 없다. 사찰요리집 가서 싱거운 음식 찾는 거랑 중국집가서 그러는 거랑 다르다. 맛있는거 주구장창 찾는 사람만 food snob이 아니다. 돼지 앞다리처럼 퍽퍽한 부위에서 비계 떼어내서 찌개 끓이면 고기에서는 아무 맛도 안난다.
1-1. 그리고 그 ‘중식당’은 음식 수준이 꽤 높은데 오는 손님들 보면 죄다 탕수육에 짜장이더라. 서너번 가보고 나도 오늘에서야 짜장면을 시켜봤는데 요리에 비해 진짜 맛없었다. 돈이 좀 더 들더라도 잘할 수 있는 음식을 먹어보는 편이 더 좋기는 한데 그게 사실 오만원 넘는 해삼 00이라면 일반 손님 입장에서는 선뜻 용기내기 어려울 수도 있고…
1-2. “손님들이 짠데 거부반응을 보여서 간을 좀 더 하는게 좋아도 안합니다. 싱겁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데 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화를 내는 경향이 있지요.”
1-3. 싱거운게 좋은 사람은 외식 안했으면 좋겠다. 근데 이런 사람들이 또 집에서 스스로 원하는 음식 해 먹으려 하지도 않는듯?? 모 레스토랑 가서 ‘저염식 해달라’,’내 입이 종량제 쓰레기 봉투라고 생각하고 먹었다’ 등의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는 블로그 포스팅을 봤는데 그런 사람한테는 레스토랑 음식이 아까우니 좀 안 가줬으면 좋겠다. 스테이크에는 소금간 하나도 안 되어 있다고 좋아하던데 그 고기는 정말 다른 동물의 살덩어리에 불과했을거다. 음식의 맛 자체도 날 수 없는 정도라면 그게 과연 몸에도 좋을까? 아무리 일체유심조라지만. 늘 이야기하지만 소금과 혈압의 관계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명확하게 답이 나온 연구가 아니다. 전쟁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1-4. 저염식, 채식 (베이킹), 슬로우 푸드 등등 그 흐름(무브먼트)의 정수를 이해하지 못하고 겉만 차용한 어설픈 행동가들이 많아서 음식이 더 맛없다. 우리나라에는 셀리악 환자가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는데 대강해서는 절대 먹을만한 걸 못만드는 무글루텐 베이킹은 누가 어설프게 십자가 지고 갈지 참 궁금하다. 두부 같은거 대강 부숴넣고 브라우니 굽는 수준으로는 절대 불가.
2. 디저트로 젤라띠젤라띠의 체리마블링+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그 둘의 조합이 훌륭했다. 그게 사실 벤앤제리의 대표 아이스크림인 체리 가르시아(버몬튼지 뉴잉글랜드에서 가장 난 밴드인 그레이트풀 데드의 리더 ‘제리 가르시아’에서 따온 이름)다. 요즘 읽는 책에 밴엔제리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오던데, 둘 중 한 사람이 냄새도 맛도 볼 줄 모르는 병(단어를 못 외웠음;;)을 지니고 있어 큼지막한 건더기를 많이 넣는 쪽으로 제품 개발을 했다더라. 한때 벤앤제리 한 통 앉은자리에서 다 먹기가 삶의 유일한 낙이던 시절도 있었는데. 그 시절 벤앤제리, 하겐다즈, 스타벅스(브레이어스 하청이었을듯?) 아이스크림은 종류별로 한두 번 이상 다 먹었다. 참, 젤라띠젤라띠의 체리, 자두 등을 원료로 한 아이스크림에는 껍질을 미세하게 갈아 섞는데 그 식감의 대조가 좋다.
3. 멘붕은 언제나 눈덩이처럼 덩치를 불린다. 코너로 사람을 몰아놓고 몸통박치기로 사람을 잡는다.
4. 다른 건 열심히 할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적어도 1주일에 발효빵 한 종류는 꼭 해보자고 다짐을 하고 산다. 이번주의 과제는 발효 도너츠.
# by bluexmas | 2012/11/04 01:38 | Life | 트랙백 | 덧글(18)
체리 마블링에 초콜릿이라니요 ㅠㅠ 아름다운 맛일 것 같습니다.
체리마블링에 초콜릿 맛있어요^^
그걸 싸그리 완전 알차게 무시해버리고
짜장면 덜짜게…
찌개에 기름 뺴…
비스킷, 머핀에 기름 빼 설탕 빼…
몸에 좋다니까 올리브 오일로 닭알 후라이에 육전을 부쳐…
호홍…
오스트리아 가면 기절 하겠구마요… 안그래도 짠 프레쯜 위에 소금은 어쩌고…
설탕이 걱정되면 청량음료 덜 마시고 생수 차 블랙커피 마시면 되고
기름이 걱정되면 커피에 크림 넣지말고 그냥 우유를 넣으시고
소금이 걱정되면 라면 국물 짬뽕 국물 남기면 되고
음식은 맛있게 먹으려고 하는 거지 고행이 아니라는…
그건 승려들이나 수도사들로 족하다는…
좀 다른 얘기긴한데 자주는 못 먹겠어도 짜서 맛있는 게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일년에 두세번은 꼭 패스트푸드점 버거 + 감자튀김의 그 기름지면서 짠 맛이 엄청 땡겨요 헥헥. 그리고 엄청 느끼하고 짠 크림파스타랑 치즈피자도 아주 가끔? ‘ㅅ’ 제가 워낙 밥을 좋아해서 이런게 평상시엔 안 땡기는 것 같기는한데 여튼 먹고 싶은 순간 딱 먹으면 정말 행복.
조만간 홍대쪽에 갈건데 젤라띠젤라띠에도 가서 저 조합을 먹어치우고 오겠어요!
한 마디로 척척 박사 내지는 허세증 작렬…
몸에 이상이 있어서 그런 식사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요.
말씀하신 그런 음식은 소금을 두드러지게 쓰지 않으면 맛이 훨씬 떨어집니다.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차치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