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정비의 기간과 언더 아머에게 바치는 굴욕의 사과
1. 아침 일찍 일어나 병원에 갔다왔다. 몇가지 검사를 하고 약을 받아왔다. 이제 자기 정비의 시간이다. 내일은 집 앞의 헬스클럽에 등록할 것이다. 예전에 물어보러 갔을때 관장이 마음에 안들었지만 어쩔 수 없다.
1-1. 병원 다녀오는 길에 버스 전용차로 단속에 걸린 것 같다;; 문제는 안 걸리려면 거의 곡예 운전 수준으로 차선에 들어가 우회전을 해야 하는데… 서울시 재정에 또 이렇게 보태는구나ㅠㅠ
2. 운동복을 너무 오래 입어 새 마음으로 운동해볼까, 그 동네에 간 김에 청담동에 있다는 언더 아머 매장에 꾸역꾸역 찾아갔는데 딱 붙는 핏의 라인만 들여온단다. 입어보았으나 너무 민망해서 점원에게 몸 만들어서 다시 오겠노라고 굴욕의 사과를 건네고 매장을 나섰다.
3. 코스트코에서 장을 보고 택시를 타고 왔는데 정말 쌍욕이 나올 정도로 운전을 험하게 했다. 장가방 세 번 뒤집어 엎고 내리면서 ‘운전 그렇게 험하게 하면 무서워서 택시 타겠냐’고 말했다. 뭐 달라지겠느냐만…
3-1. 무늬만 기자인 누군가가 몇 달 전에 코스트코를 까면서 ‘코스트코는 이상하게도 신용카드를 한 종류만 받는다. 물어봐도 본사 방침이라고만 말한다. 이상하다. 비슷한 미국의 할인 매장(샘스 류)들은 전부 여러 종류의 카드를 받는다’라는 기사를 쓴 걸 본 적 있다. 원래 미국에서도 코스트코는 카드를 한 종류만 받는다.
4. 이틀 동안 새단장했다는 갤러리아 식품관에 갔는데 아직 먹거나 산 게 없으니 그런데 왜 각 코너의 메뉴는 알아보기도 어렵고 가격도 하나 안 써 있는 걸까?
4-1. 어째 다음 차례는 코엑스 현대백화점 식품 매장 차례인 것 같은데…
5. 좋아하는 배우들이 잔뜩 나오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보다가 상황에 나를 무의식적으로 대입하고 굉장히 화를 냈다. 희생이 끔찍하게도 싫기 때문이었다. 내 자신이 희생으로 이루어진 존재인 것도 싫고 스스로 일어설 수 없는 인간이기 때문에 타인에게 희생하는 것도 싫으며 누군가 나에게 쓸데없이 희생하기도 바라지 않는다. 서로 기대는 것? 좋다. 그러나 어떤 사람의 어깨에는 기름이, 또 다른 사람의 어깨에는 가시가 달려 있었다. 그리고 때로 그 어떤 사람이 내가 되기도 한다.
6. 링크드인 계정을 만들다가 귀찮아서 그만뒀는데(내가 뭐 누구랑 연결되어 뭐하겠남? 취직할 것도 아닌데) 메일은 계속 날아오길래 2년만인가 프로필을 다 만들었다. 그리고 잠시 옛날 회사 사람들을 뒤적거려 봤는데 올 6월쯤인가 꽤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옮기거나 그만뒀다는 걸 발견했다. 정리해고 한판 또 시원하게 했나? 보니 회사의 실세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데 그만둔 사람들을 보면 주변인들뿐만 아니라 실세에 꽤 가까운 사람들마저 나간 듯 보였다. 재미있었다. 만일(big IF) 회사를 계속 다녔더라면 지금 뭐가 되어 있을까? 8년차 정도니 면허는 땄을테고… 승진도 했을라나? 그림이 영 그려지지 않는다(가급적 수동태 안 쓰려 하지만 이건 정말 ‘그려지는’ 상황). 회사 안에서 자라는 자신을 상상할 수가 없다. 사실은 그때도 그러했다.
6-1. 그런데 정말 나는 가급적이면 누구와 연결되고 싶지 않다.
# by bluexmas | 2012/10/26 00:29 | Life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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