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와 안개

감히 염원이라는 표현을 써도 되겠느냐만 생각해보면 또 아닌 것도 아니니 그렇다고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그렇다, 책을 쓴다. 근데 이게 생각했던 것보다 쉽지 않다. 쓰고 싶은 걸 쓸 수 있는 상황이라 정말 얼씨구나, 시간을 만들고 있던 그동안 모아두었던 자료들을 전부 꺼내놓았는데 막상 일을 시작하니 마음 먹은 것만큼 매끄럽게 나아가지 않는다. 처음부터 책에 맞는, 높은 밀도의 글을 끄집어 내야 한다는 욕심에다가 한참 동안이나 부업모드로 살았던 후유증(!)이 아직도 채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내가 나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차분하게 들여다보면 답이 나온다. 쉽게 해결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며칠 변비 수준으로 끙끙거릴 필요도 없다(그 정도까지 힘줘서 뽑아낸 건 대부분 결과가 좋지 않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나를 잘 들여다볼 수가 없다. 사람들에게는 나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수준까지 내려가지 못한다는 표현을 썼는데, 집으로 돌아오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지금 이 상황은 스스로를 제대로 볼 수 있는 높이까지 올라가지 못한 상황이다. 왜냐하면 이 책은 일단 조감도 같은 물건이 될 계획이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머물고 있는 높이에는 안개가 너무 많이 끼어 있어 시계가 좋지 않다. 조금 더 올라가야만 할 것 같은데 그러면 사물의 형체가 흐려질 확률이 너무 높다. 게다가 올라갈 수 있는 높이에도 한계가 있다. 나의 엘리베이터는 샤프트를 뚫고 올라가 하늘로 날아오를만큼 동화의 영역에 속할 수 없다. 그러니 조금만 더 올라가면 될 것도 같은데 문제는, 거기까지 올라가서도 안개는 여전할 수 있다는 거다. 요즘 정말 안개가 너무 짙고 두껍다.

 by bluexmas | 2012/10/25 00:05 | Life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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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ed at 2012/10/27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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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ed at 2012/10/2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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