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 한 잔’과 민속주의 전형적인 문제점

민속주(이 명칭 자체는 적합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냥 ‘우리술’이 더 낫지 않을까?)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가운데 롯데 본점 지하에서 발견하고는 대체 귤로 만든 술은 어떨까 싶어 사마셨지만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라고 한 잔 먹고는 GG쳤다. 원인은 언제나 똑같다. 일단 너무 달다. 당도계라도 사서 비교해보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는데 도수도 그렇고 디저트 와인 수준으로 달아 딱 반 잔만 마시면 물려버린다. 그렇다고 향이 좋으냐면 또 그것도 아니다. 과일의 단맛을 꿀이나 설탕에 비해 팔 정도로, 품종 불문 단맛에만 초점을 두는 현실에서 상큼한 신맛이나 좋은 향 등등은 언제나 뒷전인데다가 원래 감귤이라는 과일의 향이 그다지 매력적인 것도 아니다. 껍질을 벗기면 시트러스 특유의 씁쓸함이 올라오는데 그게 술에도 두드러져 전체적으로 좀 시금털털 달착지근하다.  2년전 보성에서 사온 녹차술도 아직 제대로 마시지 않은채 냉장고에 모셔두고 있는데 녹차향을 걷어 내면 결국 다를 게 별로 없다. 석류로 만들어도, 사과로 만들어도 뭐로 만들어도 결과는 다 비슷할 것이다.

비단 술 뿐이 아니다. 지역 특산물로 만들었다는 먹을 거리는 정확하게 주연이 되어야 할 재료의 맛을 파악해서 만들었다는 인상을 풍기지 않는다. 대부분 ‘우리에게 이런 재료가 있으니 이걸로 뭐라도 만들어보자’ 라는 생각으로 1+1=3 등으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배합이 아닌, 1+1=2도 되기 어려운 단순 조합이다. 귤이 있으니 일단 술 만들고 초콜릿에 넣고 뭐 그런 식인 것만 같다. 지방에 내려갈때마다 휴계소에 들러 이것저것 들춰보는데 송이가 특산물이면 인공 송이향 넣고 만든 양갱이나 초콜릿을 만들거나, 언젠가 올린 충격과 경악의 단풍빵처럼 형태를 단순하게 차용하는 정도에 그친다. 전반적으로 맛보다는 이벤트나 해프닝에 초점을 맞추는 느낌이랄까.

 by bluexmas | 2012/10/19 18:26 | Taste | 트랙백 | 덧글(20)

 Commented by 차원이동자 at 2012/10/19 18:27 

귤술을 먹고싶었는데 귤향나는맛술을드신거군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10/23 21:35

그래도 귤 100%로 만들었다던데 향이 묘하더라구요…

 Commented by 니케 at 2012/10/19 18:39 

제가 제주 감귤 초콜릿을 먹고 받았던 느낌이랑 비슷하네요.

일반 초콜릿보다 비싼데 감귤은 잘 모르겠고 초콜릿도 가짜 초콜릿을 사용했더군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10/23 21:35

김치초콜릿, 김 초콜릿도 있던데요. 중국인 관광객들이 사가지고 돌아다니는 걸 보았는데 왠지 미안한 기분이…

 Commented by 애쉬 at 2012/10/19 18:41 

지갑 열어 구매하는 자를 얕보는 것 같아 민망합니다;

적어도 빤해 보여서 비웃으며 먹어봤더니 화들짝 놀란다….라는 기믹은 보여줬으면 합니다 ㅎ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10/23 21:36

그거 좋은 말씀입니다… 선입견 가지고 먹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반성할만한 건 먹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Commented by 까마귀옹 at 2012/10/19 18:44 

갑자기 술을 만든 방법이란게 귤 과즙과 에탄올을 그냥섞어서 만든 희석식 술(‘담금주’ 형태조차 아닌)에 지나지 않을까 하는 망상마저 듭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10/23 21:36

어휴 그정도면 끔찍한데 아니리라는 보장도 없지요…

 Commented by 푸른별출장자 at 2012/10/19 22:44 

일본이나 이태리 프랑스 독일의 관광지 식당들이나 상가에서 보던 그 지역 특산물들에다가

우리나라 관광지에서 특산품이라고 내놓은 것 보면…

아 갑자기 관광당한 기분이에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10/23 21:36

제품 개발을 누가 주관하는지 그게 참 궁금하더라구요…

 Commented by naut at 2012/10/20 08:00 

그놈의 김치초콜렛 아직도 만들어 파나 모르겠네요 :-0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10/23 21:36

일요일에 중국 관광객들이 들고 다니는거 봤습니다…;;

 Commented by Sran at 2012/10/20 11:25 

아… 그 설악 단풍빵. 먹고서 정말 돈 아까운 기분을 떠나서 욕나오는 건 처음이었어요. 국내의 지역 특산물로 만든 먹을거리 중에서 맛있게 먹었던 게 뭐였는지 모르겠네요. 충격적으로 맛이 없어서 인상적이었던 것들을 빼면 기억에 남지를 않아요. 귤 술도 비슷한가 보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10/23 21:37

담양가면 거의 똑같은걸 형태만 바꿔 죽순빵이라고… ㅠㅠ

 Commented by 배길수 at 2012/10/20 16:35 

마시는 사람은 둘 중 한 경우일 겁니다.

몰라서 호기심에 마셔보든가 원래 저걸 마시던 괴인이든가

후자가 존재한다면 부분적으로나마 오컬트 현상 신봉자 될 듯…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10/23 21:37

문제는 과연 얼마나 팔리느냐죠… 과연 유지가 될지…

 Commented by 나는고양이 at 2012/10/23 00:52 

달작지근한 귤맛나는 술은 상상만해도..OTL..

귤하니 갑자기 생각난 건데.. 몇 년전 지인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제주도에서 파는 감귤 맛걸리가 참 맛있다는데, 유통기한이 길지 않아 가지고 오기 힘들다더라구요.

감귤 초콜릿은 가격에 비해 충격적인 맛이었습니다 -ㅁ-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10/23 21:38

감귤술이 두 종류가 있었는데 다른 하나는 약간 막걸리 느낌도 났더랬습니다.. 맛은 어떨까요…;; 김치초콜릿, 김초콜릿 한 번 드셔보세요 저는 용기가 안납니다…ㅠ

 Commented by 세츠 at 2012/10/23 17:04 

충격과 경악의 단풍빵 대목에서 으하하 하고 웃었습니다. 사무실에서 (- – ;; 으하하!!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10/23 21:38

으하하!! 링크된 글도 읽어보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