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앞] 젤라티 젤라티-제대로 된 아이스크림의 시작
우연히 문을 연 첫 날인가 가서 먹어보고 잘 만든 아이스크림이라 생각했는데 나중에 어딘가에서 두 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하나는 현재 내놓고 있는 딸기 아이스크림의 딸기를 만드는 사람이 250kg인가 제철에 사서 손질해 냉동창고에 보관해두었다는 것, 나머지 하나는 콘 또한 이탈리아에서 주인이 만 개인가를 주인이 직접 통관해서 들여왔다는 것이다. 그런 절차를 거쳐 만드는 사람은 SPC 계열의 콜드스톤크리머리인가에서 일하다가 자기 가게를 열었다고. 어쩔 수 없는 학벌 위주의 사회라 뭔가 배워오면 졸업장을 액자에 걸어 손님들 눈에 잘 보이는 곳에 걸어두는 현실이 꼭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여기에도 그런 게 하나 걸려있다.
뭐 딱히 그 졸업장인지 수료증 덕분이라고 말하기는 좀 그렇겠지만, 어쨌거나 이곳의 아이스크림(또는 젤라토)는 그 근처에 먼저 문을 연 어느 가게의 그것보다 훨씬 더 프로페셔널이 만든 맛과 식감을 지니고 있다. 식종 불문하고 손님 상대로 연습하는 가게들이 너무 많아 짜증스러운 가운데, 이곳에서 내놓는 아이스크림은 적어도 어느 기간 이상의 연습과 그를 통한 이해를 바탕으로 만든 것임을 알 수 있다. 맛도 맛이지만 아이스크림의 핵심은 역시 식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젤라토답게 밀도가 높고 부드러우며 전혀 서걱거리지 않는다. 한편 맛 또한 어떻게 보면 심심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거의 대부분이 과일 등의 단일 재료지만 원래 그게 출발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쉽지 않다. 사진의 딸기-피스타치오를 먹으러 간만에 들렀을때는 콘에 녹인 초콜릿을 부어주었는데 신맛이 적당히 살아있는게 그것마저도 괜찮았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그냥 한마디로 말하자면, 알고 만드는 음식이다.
뭔가 계속해서 생기고는 있지만 그에 반비례해서 전반적인 만족도가 떨어지는 현실에서 그게 짜장면이든 빵이든 아이스크림이든 적어도 이 정도 수준은 되어야 제대로 된 것이라는 (0,0)의 좌표 위에 올려놓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아이스크림 자체만 놓고 보면 훌륭하지만 원활한 보관을 위해 뚜껑을 덮어놓는 등, 인테리어를 비롯해 전반적인 분위기에 의외로 심각한 구석이 있어 손님들에게 이질감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는 생각이 좀 든다. 게다가 에코백 등 뭔가 쿨해보이는 ‘기믹’이 없어 훨씬 나은 아이스크림을 내놓고 있지만 백화점 푸드코트 납품 같은 걸 하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개업하는 날 먹었는데 판촉물도 없는 걸 보면 사업 수완이 딸리는 것일까? 솔직히 이름도 나는 잘 모르겠다…;;). 좌우지간 만들어 먹기 귀찮을때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곳이 늘 가는 동네에 생긴 건 참으로 다행스럽다. 식종 불문하고 적어도 이 정도 수준은 되는 가게들이 생기고 또 망하지 않아야 먹고 사는게 나아진다.
# by bluexmas | 2012/10/09 11:09 | Taste | 트랙백 | 덧글(13)
Commented by naut at 2012/10/09 12:31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10/10 15:29
Commented by naut at 2012/10/10 17: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