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효모 빌리지와 부업은 물론 본업조차 그만 둔 근황
번역 원고 하나를 오늘에서야 마무리지었다. 아이클라우드를 써서 온갖 군데에 조각조각 옮겼다가 한데 모아서 정리하고 두세 번 퇴고를 거치다보니 문제가 꽤 있었다. 구름 속 저 먼 곳으로 아예 사라졌는지 원문을 보면 분명 옮겼는데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꼭지들이 몇 있었다. 결국 질질 울면서 다시 옮겨야만 했다. 다 모은 다음에도 ‘찾아 바꾸기’ 기능을 맹신했다가 스스로의 뒤통수를 쳤다. 빵 반죽 레시피가 몇 나오는데 yeast를 ‘이스트’라고 옮겼다가 마지막 퇴고를 하면서 ‘효모’로 가기로 결정하고는 찾아 바꾸기로 전부 바꿨는데, 하필 첫 문장이 “뉴욕 맨해튼 이스트 빌리지의…’로 시작하는게 아닌가. 그것마저 ‘뉴욕 맨해튼 효모 빌리지…’로 바뀌었음은 인지상정. 그래서 원고를 보내놓고 또 다시 허겁지겁 다시 바꿔 보냈다. 이번엔 ‘효모 빌리지’ 전체를 ‘이스트 빌리지’로 찾아 바꾸었다. 뿐만 아니라 일본 ‘라멘’도 ‘라면’이라고 옮긴 부분이 있길래 ‘라면->라면’이라고 찾아 바꾸기를 실행했더니 똻! ‘남자라면 소 혓바닥 정도는 날로 꿀떡꿀떡 잘도 드셔야’가 ‘남자”라멘’ 소 혓바닥 정도는 날로 꿀떡꿀떡…’으로 바뀌어 있었다. 계속 이런 표현이 나와 ‘오타를 이렇게 작렬했나’ 생각했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으음…
책이 나오면 또 이야기하겠지만, 원고를 보낼때까지 심한 죄책감에 시달렸다. 한 달을 미뤘는데 거기에 또 한 달 더 늦게 마쳤기 때문이다. 원래 계획이야 물론 개운하게 마쳐놓고 휴가를 가는 것이었지만 물론 상황이 그렇게 돌아갈리가 없다. 괴로운 한 달이었다.
얼마전까지 부업을 좀 격하게 했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여름에는 피를 팔아 돈을 번다는 심경이었다. 이제는 과거지사가 되어버렸지만 사실 길게 내다보고 시작한 일이었다. 생활비를 좀 벌면 꼭 해야만 하는 본업만 할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 있었다. 물론 상황이 그렇게 돌아갈리가 없다. 일단 한여름에는 정말 피를 팔았지만 그래도 들이는 시간 대비 얻는 소득이 문제가 크게 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시간 대 소득의 비율이 심하게 맞지 않았다. 반복적인 성격의 일인 경우 초기 자본을 투입하듯 시간을 처음에 많이 들이면 점차 쓰는 시간이 줄어들어 돈으로 따지면 손익 분기점을 넘기는 시점이 올 거라 예상했는데, 일에 예상할 수 없었던 측면 또는 요소가 생각보다 더 많이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고 그것들을 전부 감안한다면 그렇게 손익 분기점을 넘길 시점이라는 건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거기에 보수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아니, 사실 시간과 함께 계산을 해본다면 그게 가장 큰 문제였다. 앞으로 나아갈 수록 예상으로부터 더 많이 어긋난다는 생각에, 예전 회사에서 타임시트 쓰듯 부업에 들이는 시간을 전부 합산해 보수와 나눠 보았다. 바로 계산이 나왔다. 그래서 휴가가는 날 아침, 공항철도를 타고 가면서 이메일로 사표를 보냈다. 수리되었다는 통보를 받지 못했으나 그냥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설사 전혀 그렇지 않더라도.
사실은 부업만 그만둔 게 아니다. 본업도 그만두었다. 부업 그만둔 이야기는 주절주절 늘어놓았으니 본업 그만둔 이야기는 대조를 이루기 위해 한 마디로 요약해서 이야기하겠다: 독심술의 부재.
원래 계획은 지난 한 석 달 동안의 일을 간추려서 쓰는 것이었는데, 늘 그러하듯 막상 창을 열어 쓰기 시작하면 귀찮아진다. 그러므로 이쯤에서 줄이는데 하여간 앞으로의 계획은 간단하다. 1.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또는 나만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 2. 어차피 돈 많이 못 벌 팔자라면 재미있는 일을 하겠다. 3. 역시 나는 강남스타일은 아니다.
# by bluexmas | 2012/10/06 03:15 | Life | 트랙백 | 덧글(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