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과 도착
정말 밤을 꼴딱 새우고 시간에 딱 맞춰서 집을 나섰다. 이럴때는 강서구에 사는 게 참 좋다. KLM은 처음 타봤는데 기내식에서 정말 크나큰 충격을 받았다. 받고 꽤 당황했는데, 옆자리 유럽여자는 멘붕 수준의 충격을 받은 얼굴을 하고 있어서 나는 그냥 얌전히 있었다. 아래 사진에서 가장 맛있던 건, 대부분 예상할 수 있었지만 과일이었다. 아예 ‘우리는 사료를 만들지’라고 작정하고 만든 기내식. ‘좀 잘 드리고 싶은데 가진게 없어유 ㅠ’ 같은 상황이 아니었다. 하긴 네덜란드가 음식 문화로 유명하지는 않으니…
몇 시간씩 기다려서 다음 비행기를 갈아타는 여행은 꽤 오랜만인데, 암스테르담에서 레이캬비크에 들어오는 비행기를 타고 나서야 여기가 정말 먼 데라는 실감이 들었다. 좌석에 딸린 모니터의 지도를 보기 암스테르담에서도 2,000km더라. 열 시간 반+네 시간+두 시간 반+삼십 분+한 시간이 걸렸는데, 밤을 새웠더니 암스테르담까지 오는 비행기는 좀 힘들더라. 시간이 많이 남아서 시내에 나갔다 올까도 생각했는데 귀찮아서 그만뒀다. 암스테르담은 9년만이다. 마지막 비행기의 코에 ‘Askja’라고 써 있길래 이 나라는 비행기에 이름을 붙이나 싶었는데, 화산 이름을 비행기에 붙인거란다.
버스를 타고 숙소에 도착하니 여기 시간으로 새벽 한 시. 만약을 대비해서 스키폴 공항에서 떠돌아다니는 동안 먹을 걸 좀 샀더니 아무 것도 없는 새벽의 허허벌판에서 그나마 안심이 된다. 스튜디오를 빌렸는데 이만하면 훌륭하다.
이곳은 우리나라로 치면 본격적인 가을 날씨 정도 된다. 그래서 좋다. 아직도 대체 뭘 할지 아무런 생각이 없다.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지내다가 돌아가도 좋겠다. 아니면 시규어 로스의 아우라나 좀 받아가거나.
# by bluexmas | 2012/09/17 11:49 | Travel | 트랙백 | 덧글(9)
부럽습니다! 잘 다녀오시고(오시는 거 맞지요?) 사진도 많이 보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