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line

이제 몇 시간이면 나의 여름은 막을 내린다. 물론 뜨거운 나날들은 적어도 한 달 가량 더 계속될 것이라는 걸, 알기는 안다. 그렇지만 어쨌거나 나의 여름은 이제 막을 내린다.

6월 초, 새벽 다섯 시 사십 분에 울리는 알람을 맞추고는, ‘lifeline’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알람에 이름을 붙이기는 처음이었는데, 거기에 또 왜 저런 이름을 붙였는지는 지금 돌아보니 잘 모르겠다. 절박함이 이유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같은 제목의 노래를 듣고 있어서 그랬을까.

그 시간에 일어난 건 순전히 터질 것 같은 지하철에서 다른 사람도 몸을 부비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 시간에 일어나 도시락을 싸가지고는 여섯시 반에 집을 나서 지하철을 타면 그래도 돌아버릴 지경으로 북적거리지는 않았다. 7월 중순에 더 바빠지면서부터는 차를 끌고 나서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마지막인 오늘까지 한 번도 늦게 일어나지 않았다.

평소보다, 또는 스스로 꾸려나갈 수 있는 것보다 바빠지면 스스로에게 회의를 품으며 물어본다. 뭔 원하길래 이러는 거냐고. 그게 뭐 그냥 속시원하게 돈이나 뭐 그런 거라면 상관이 없을 것도 같은데, 이게 꼭 어느 단계를 지나면 원인 그 자체가 너무 한데 뭉쳐 분간이 불가능한 무엇인가가 되어버린다. 그걸 까 뒤집어서 덩어리를 하나하나 떼어내다 보면 마지막에는 쪽팔림이나 구차함 비슷한게 나오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그것인지조차도 제대로 확인 할 수가 없었다. 어쨌든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정말 말도 안되게 이것저것을 하면서 보냈는데, 너무나도 정신이 없던 나머지 평소에 개도 못 주는 버릇인 second guess와 internalization을 안할 수 있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수확이었다고 생각한다. 미치지 않고 살려면 나는 지금보다 훨씬 더 둔감해져야 되는데, 여름을 이렇게 보내면서 그게 어떻게 가능할지 조금이나마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그걸 바탕으로 가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돌아간다면, 더위가 물러갈 무렵부터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길 것이다.

몇 년전 교토에서 사온 담배 한 갑이 어이없이 냉동실에 쳐박혀 있는데, 집에 가면 베란다 문 열어놓고 그거 한 대 피워볼까 한다. 이번 여름은 아무래도 아주 오랫동안 기억할 것 같다.

 by bluexmas | 2012/08/17 14:57 | Life | 트랙백 | 덧글(5)

 Commented at 2012/08/17 22:5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백면서생 at 2012/08/18 12:36 

저는 마카오에서 사온 럭키 스트라이크가 있다지요. 물론 피우지는 않지만요. 언제 맞담배 한 번 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때는 금제를 풀겠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8/22 12:11

네 저도 그럴테니 같이 한 번 피우시죠;;; 근데 어른 앞에서;;;

 Commented by 초이 at 2012/08/20 04:04 

internalizing 이면, ‘동질화’ 란 의미인가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8/23 00:37

아, 그건 아닌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