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빵 껍데기가 탄 것 같은 이유
먼저 밝혀두자면 나는 퍼블리크 빵 안 좋아해서 이제 거의 먹지 않는다. 그러므로 편들어 주려고 쓰는 게 아님을 미리 밝힌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반대다. 퍼블리크를 거의 가지 않는 이유는, 갈수록 빵의 품질이 낮아진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 호밀빵을 탄 것으로 치부하는데는 재고가 좀 필요하다. 해당 블로그에 퍼블리크 매니저의 설명이 달렸는데, 저만하면 자세히, 그리고 친절히 설명한 거다. 호밀도 밀의 일종이기는 하지만 글루텐 활동을 방해하는 효소가 있기 때문에 이스트를 넣어도 보통의 밀가루 빵처럼 반죽이 잘 부풀지 않는다. 위 사진의 빵은 내가 구운 건데, 크기는 아마 퍼블리크에서 파는 것과 비슷하지만 호밀은 통밀과 더불어 풍미만 더하는 수준으로 조금밖에 넣지 않았다. 그래도 빵에 큰 기공이 생기도록 부풀지 않는다. 호밀을 넣으면 넣을 수록 빵이 부풀지 않기 때문에, 전체 비율의 50%인가를 넘기려면 산도가 높아 효소와 싸울 수 있는 자연발효종 밖에는 방법이 없다. 연습해보려고 호밀이 40%정도 되는 빵을 구웠는데, 이건 퍼블리크에서 파는 것의 30% 정도 크기인데 수분을 다 뺄때까지 구우면 역시 겉이 이렇게 된다. 속도 거의 부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호밀을 넣으면 결국 반죽이 무거워지는데다가 한아름 정도는 되는 크기이므로, 저 빵은 수분을 다 빼기 위해서 높은 온도에서 꽤 오랫동안 구워야만 한다. 그 결과 진짜 탄 것과 아주 잘 카라멜화 상태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껍데기가 나온다. 거기에다가 호밀 자체와 자연발효종의 빵까지 더하면 시큼한 냄새가 많이 나니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거슬릴 수도 있다. 내가 구운 빵도 정말 속까지 완전히 구우면 껍데기는 묘하다. 만약 잘 구웠다면 껍데기가 바삭해도 가벼워서 딱딱하지는 않는데, 내가 기사를 쓰기 위해 같은 빵을 마지막으로 먹었을때, 딱히 훌륭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래서 빵집 추천을 하면서도 퍼블리크는 언급하지 않았다.
오월의 종 또한 호밀을 많이 쓰고 높은 온도에서 굽는데, 저렇게 크지 않고 손바닥만하므로 저 빵과 비교하기는 좀 뭐하다. 한편 우리나라의 일반 빵집들에서는 아예 저렇게 굽거나 크러스트가 바삭한 빵을 굽지 않으므로 호밀빵이 저러네 아니네, 라고 그런 빵들과 비교하는 것 또한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프랜차이즈는 당연히 비교하지 않는게 좋고, 그렇지 않은 빵집들도 딱히 다를 건 없다.저 빵은 적어도 내가 아는 수준에서는 재료와 발효, 굽기 전부를 포함해서 만들기가 어려운 빵 축에 속한다. 실패할 확률도 높은 빵이니 만드는 측에서도 신경을 좀 써야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지만 내가 마지막으로 저 빵을 먹었을때, 타거나 뭐 그런 건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빵을 잘 만들었다는 생각은 할 수 없었다.
솥으로 밥을 해먹다 보면 정말 거의 저 수준으로 누룽지가 생길 때가 있다. 이 상황도 별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런 빵을 굽는 곳이 아직까지도 많지 않기 때문에 빵을 먹었거나, 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낯설 수는 있다. 만드는 사람의 의도를 먹는 사람이 이해 못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까지만 이야기하겠다.
# by bluexmas | 2012/07/10 08:04 | Taste | 트랙백 | 덧글(15)
비공개 덧글입니다.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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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먹어본 호밀빵들은 그렇게 탄 흔적이 없기는 하지만 대체로 밀가루 빵처럼 보기좋게 구워진 것이 드물더군요.
‘오월의 종’처럼 작게 만들면 겉도 안 타고 속도 잘 익을 테니 문제없잖아, 할 수도 있지만 사실 빵 맛은 속살인 것을.. 작게 만들면 빵 껍질만 많고 중요한 속살은 적으니까요.
참, 이건 그냥 ‘일반론’입니다. 퍼블리크의 저 호밀빵을 옹호하는 게 아니에요^^; ..라고 밝혀야 할 것 같네요. 사실 저는 퍼블리크 빵 먹어본 적도 없고요.
.. 그런데 엉뚱하게도 저 빵 맛이 어떨지 궁금증이 생겨 버렸습니다. 0.0 ..
엄연한 제빵사의 실수지요
호밀빵이 굽기 어려우면 자기가 굽기 쉬운빵을 팔아야 된다고 봅니다
돈주고 사는 소비자한테 원래 호밀빵 굽기 어려워요 그러니까 복불복으로 사가라능!
하면 좀 웃기죠?
집에서 개인적으로 해드시는 밥에 누룽지가 생기는거 하고 돈주고 사먹는 밥이 타서
나오는거 하고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요즘 혈당 조절 중이라 굳이 100% 아니라도 50% 이상의 호밀빵, 전밀빵 찾아서 사먹는데 한국에선 그런 것조차도 매우 어려워요. 어제도 모 백화점 델리에서 60% 호밀빵 사들고 와서 냉동했는데 ㅠ_ㅠ
하지만 링크 사진의 빵은 많이 탔는데요;; 유럽이라고 그렇게 탄 빵이 흔하다고 보기엔 무리 아닌가요? 건강하려고 호밀빵 먹는데 탄 빵 먹기는 좀…
전 빵 맛은 절대로 껍질맛이라고 보기에 더욱 그렇네요. 한조각을 잘라서 다 못먹는다면 껍질을 먹는 파입니다. (특히 윗껍질)
한국에서 먹어본 챠바타 중 진짜 챠바타같은 챠바타도 거의 없었지만… 대부분 너무 허옇지만 -_-;;;; 그런 건 솔직히 조금 양보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탄 빵은…
역시 조금 작게 만들어도 안 탄 게 더 좋을 거 같은데…. 역시 전 껍질파라 그런가요..